조희대 "사법 3법, 80년 사법부 근간 바꿔…개헌 수준 사안"

입력 2026-02-23 14:07
수정 2026-02-23 14:08


조희대 대법원장은 23일 더불어민주당이 본회의 원안 처리를 공언한 '사법개혁 3법'을 두고 "개헌 사항에 해당할 수 있다"고 거듭 우려를 표명했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출근길에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이번 법안들은 대한민국 사법부가 생긴 이래 80년 가까이 이어져 온 사법제도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사법개혁 3법은) 헌법을 개정 사항에 해당할 수도 있는 중대한 내용"이라며 "국민들에게 직접적으로 그 피해가 갈 수 있는 문제"라며 "일부에서 독일의 경우를 예로 들고 있지만 우리 헌법은 독일과 내용이 완전히 다르다"라고 지적했다.

독일 헌법은 헌법재판소를 대법원보다 상위에 있는 '최종 심판 기관'으로 규정하고 있어 법원의 재판을 헌재가 취소할 수 있지만, 우리 헌법은 헌재와 대법원을 대등하고 독립된 기관으로 두고 있어 재판소원이 위헌적 4심제로 변질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면서 "공론화를 통해 각계각층 전문가와 국민들의 의견을 폭넓게 듣고 충분한 토론을 거쳐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을 국민들과 국회에 거듭 말씀드리고 싶다"며 "누누이 밝혔듯 마지막 순간까지 국회를 계속 설득하고 의견을 전달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 3법은 법원의 판결을 헌법재판소가 심판해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재판소원 도입(헌법재판소법 개정안), 판·검사가 법을 잘못 적용한다는 이유로 처벌하는 법 왜곡죄 신설(형법 개정안), 현재 14명인 대법관을 26명으로 12명 늘리는 대법관 증원(법원조직법 개정안)이다.

대법원은 그동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등에 여러 차례 의견서를 내고 "재판소원은 사실상 '4심제'를 초래해 재판 지연과 불복을 양산할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밝혀왔다. 법 왜곡죄에 대해서는 "판결의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판사를 기소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며 위헌성과 부작용을 지적했다. 대법원은 대법관 증원도 하급심(1·2심) 부실화 등이 우려된다며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사법 3법 처리를 강행할 방침이다.

민주당은 전날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사법개혁 3법에 대해서 법사위에서 통과한 안(案)대로 중론을 모아서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법왜곡죄는 △ 법령을 의도적으로 잘못 적용하는 경우 △ 은닉, 위조 등을 한 증거를 재판·수사에 사용하는 경우 △ 위법하게 증거 수집하거나 증거 없이 범죄 사실을 인정하는 등의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규정한 형법 개정안이다.

재판소원제는 기존 헌법소원심판 청구 대상에서 제외됐던 법원 재판을 심판 대상에 포함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이다.

대법관 증원제는 대법관 수를 기존 14명에서 12명 늘린 26명으로 증원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