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S코퍼레이션, ‘반값 CB’ 지렛대 삼아 오너2·3세 지분 확대

입력 2026-02-23 10:54
이 기사는 02월 23일 10:5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핸드백 제조 전문기업 JS코퍼페이션(제이에스코퍼레이션) 오너 일가가 전환사채(CB) 콜옵션을 지렛대 삼아 지분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시세 대비 절반 수준인 ‘반값 CB’를 활용해 오너 2세는 물론 미성년자인 오너 3세들까지 적은 비용으로 지분율을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이에스코퍼레이션은 지난 19일 이미 발행된 전환사채 42억원어치에 대한 매수선택권(콜옵션) 행사자로 오너 2세와 3세 등 총 4명을 지정했다.

콜옵션은 발행회사가 만기 전 CB를 되살 수 있는 권리다. 이번에 양도된 CB 콜옵션은 발행주식 총수의 2.15%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당초 콜옵션이 설정된 100억원어치 중 58억원어치는 회사가 매입하고, 나머지 42억원어치에 대한 권리를 오너 일가에 넘긴 것이다.

해당 CB의 전환가격은 주당 6395원이다. 현재 1만4000원대에 거래되는 제이에스코퍼레이션 주가와 비교하면 절반 이하 가격이다.

당초 전환가격은 주당 1만2790원이었으나 지난해 4월 실시한 무상증자로 인해 6395원으로 하향 조정됐다. 이후 주가가 80%가량 급등하며 시세 차익을 거두게 됐다.

회사는 이번 콜옵션을 오너 일가에 넘기면서 별도의 대가를 받지 않은 것으로 공시했다. 회사가 누릴 수 있는 주가 상승에 따른 수익 기회를 대주주 일가에게 무상으로 제공한 셈이다.

제이에스코퍼레이션은 핸드백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다. 2020년 의류 제조사 약진통상을 인수하고, 2023년 그랜드 하얏트 서울을 보유한 서울미라마를 품으며 사세를 확장했다. 제이에스코퍼레이션 창업자인 홍재성 회장의 장남인 홍종훈 약진통상 대표와 장녀 홍송희 서울미라마 상무가 각각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이번 CB 물량을 받아간 주인공은 홍 대표와 홍 상무, 그리고 홍 대표의 미성년 자녀인 홍유주 양과 홍지호 군이다. 이번 조치로 오너 일가는 기발행 CB의 보통주 전환 과정에서 희석됐던 지분율을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게 됐다.

CB가 보통주로 전환되면 홍 대표의 지분율은 20.54%로 늘어나 최대주주인 홍재성 회장(21.98%)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홍 상무는 11.2%, 두 손주는 각각 0.52%를 확보하게 된다.

눈길을 끄는 점은 아직 미성년자인 오너 3세의 꾸준한 지분 확대다. 2014년생인 유주 양과 2018년생인 지호 군은 코로나19로 제이에스코퍼레이션 주가가 사상 최저가 수준으로 급락했던 2020년 당시 각각 만 5세와 2세의 나이로 지분 매입을 시작했다.

증여받은 자금을 종잣돈 삼아 주가가 낮을 때 장내에서 주식을 사모은 결과, 현재 이들이 보유한 주식 가치는 이미 각각 20억원을 넘어섰다. 매수 원금 대비 두 배 이상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

시장 관계자는 “어린 손주들에게 현금을 증여한 뒤 주가 저평가기에는 장내 매수를 진행하고 주가 상승기에 회사가 가진 콜옵션을 무상으로 넘겨받는 방식을 병행하면서 향후 발생할 증여세 부담을 최소화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제이에스코퍼레이션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지분 승계의 모범 답안을 써 내려가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편법 논란의 경계선에 있다는 시각이 동시에 나온다.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콜옵션을 활용해 지배력을 높이는 것은 정당한 경제 활동이다. 그러나 회사가 만기 전 취득해 자체 수익으로 전환할 수 있었던 권리를 오너 일가 개인에게 아무런 대가 없이 넘겨 ‘반값’에 지분을 늘려준 점은 일반 주주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