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화질 '꿈의 소재' 페로브스카이트…밸류체인 한국이 쥔다

입력 2026-02-23 15:53
수정 2026-02-23 15:54

이태우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 연구팀이 페로브스카이트 나노결정을 고효율로 유지한 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합성 기법을 19일(현지시간) 네이처에 발표했다. 차세대 디스플레이와 우주 에너지산업에 활용할 수 있는 원천 기술이다.

페로브스카이트는 기존 광소자보다 뛰어난 빛 흡수율과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각국이 개발 경쟁을 벌이는 신소재다. 2010년대 초반부터 연구가 이어졌다. 그러나 상용화 문턱을 넘은 분야는 없다. 대량 생산과 실사용 환경에서 품질이 저하되기 때문인데 이 교수팀이 이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았다.◇“여러 기업과 상용화 논의중” 현재 상용화된 디스플레이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QLED(양자점발광다이오드) 등이 주류지만 이보다 페로브스카이트의 색 구현 능력이 더 높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정의한 초고해상도(UHD) 표준이 있는데, OLED는 약 70% 수준으로 구현하지만 페로브스카이트는 100% 달성할 수 있는 유일한 소재다. 가격 경쟁력도 강점으로 꼽힌다. 기존 디스플레이 소자에는 희소금속이 사용돼 비용 부담이 크지만 페로브스카이트에는 쓰이지 않는다. 또 QLED용 양자점 대비 빛 흡수율이 높아 더 적은 재료로 같은 밝기를 낼 수 있다.

다만 페로브스카이트는 양산 단계에서 어려움이 있다. 기존에는 150℃ 이상의 고온 용액에 소재를 주입하는 ‘핫 인젝션’ 합성법이 주로 쓰였는데, 화재 등 안전사고 위험이 있고 산소·수분을 차단하기 위한 설비가 필수여서 공정 비용이 늘어났다.

이태우 교수 연구팀은 부가 설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저온 주입’ 합성법을 개발했다. 온도만 낮추면 결정 품질이 떨어지기 쉬운데 연구진은 0℃ 부근에서 유화 상태를 일으키는 방식으로 합성 속도까지 정밀 제어해 문제를 풀었다. 이 교수는 생산성이 6배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페로브스카이트의 약점도 해결했다. 페로브스카이트는 수분·산소에 민감해 성능과 수명이 급격히 저하되고, 200㎠ 이상 큰 면적에서는 균일하게 제조하기 어렵다.

연구진은 지난 1월 100%에 가까운 발광 효율을 유지하면서 60℃, 습도 90% 환경에서도 상업화 수준의 수명(2만7000시간)을 달성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연구는 사이언스 표지 논문으로 선정되며 가치를 인정받았다. 또 액체 상태의 페로브스카이트를 대량 생산 수준인 20L 규모로 합성해도 광발광양자효율(PLQY)을 90%에 가깝게 유지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 교수는 1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브리핑에서 “삼성전자의 QLED TV의 양자점 필름을 우리가 만든 페로브스카이트 필름으로 대체한다면 1년 이내 상업화가 가능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기술이 태양전지의 집광 기능 등에 활용될 수 있고, 극한 환경에서도 작동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번 성과는 이 교수가 2014년 확보한 원천 특허 9건과도 이어진다. 이 교수는 “한 빅테크는 3년 전 협업을 먼저 제안해 논의가 진행 중이고, 복수의 빅테크 기업에서도 연락이 오고 있다”며 “국내 전자 대기업과도 샘플을 주고받으며 상용화를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상용화까지 성공한다면 해외 기업이 페로브스카이트 기반 디스플레이를 개발할 때 한국에 사용료를 내는 모습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한국은 핵심 원천 소재 부문에서 해외 기업에 상당한 특허료를 지급하고 있다. OLED 분야에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매년 1000억원 이상을 미국 디스플레이 특허 기업 UDC에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우주 패권전쟁에 적용 가능이번 기술은 중국의 추격이 거센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한국이 격차를 벌릴 수 있는 게임체인저로 평가된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OLED 시장 점유율은 한국 67%, 중국 33%로 집계됐다. 한국이 1위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10년 전 중국의 OLED 점유율이 0%대에 머물렀던 점을 감안하면 중국의 추격이 예사롭지 않다.

업계에서는 이번 기술이 우주산업에도 적용될 것으로 내다봤다. 우주 태양 전지 부문에서 페로브스카이트 소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기존 실리콘 전지 대비 변환 효율이 높은 데다 방사선 내성도가 높고 가볍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태양광발전 기반 우주 데이터센터 구상을 언급하고 이후 스페이스X 관련 팀이 중국 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업체를 방문했다는 사실도 이런 전망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최영총 기자 young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