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산불 '몸살'인데…'셀프 추천' 산림청장은 만취 음주운전 면직

입력 2026-02-23 09:38
수정 2026-02-23 09:47


전국이 건조주의보로 산불이 비상인 가운데, 김인호 전 산림청장이 음주운전 사고로 경질돼 논란이 되고 있다.

마을버스와 승용차 등 2대를 들이받고, 보행자도 칠 뻔했는데, 김 전 청장의 휴대폰이 꺼져 있어 경찰은 소환 날짜를 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산림청에 따르면 전날 하루에만 경남 함양과 충남 서산 등 전국에서 12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특히 함양에서 발생한 산불 진화율은 발생 이틀째인 이날 오후 4시 30분쯤에도 진화율이 48%에 머물고 있다.

건조한 날씨에다 강풍까지 불면서 21∼22일 전국에서 총 17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김 전 청장의 공백으로 봄철 산불 조심 기간(2월 1일∼5월 15일) 산불 대응 컨트롤타워 공백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산불 위험이 커지면서 각 지자체는 산불감시원 투입 등 순찰 활동 강화와 초동 대응 태세 유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박은식 산림청장 직무대리(차장)는 산불 긴급 대책회의에서 "산불 발생 시 현장 지휘체계를 철저히 유지하고 모든 가용 자원을 신속히 투입해 초동 대응에 완벽히 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산불 상황을 보고받은 뒤 해당 지자체와 산림청 등에 신속한 주민 대피와 진화에 총력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김 총리는 함양 산불 상황을 보고받은 뒤 "대피 명령이 내려진 지역의 경우 주민들이 신속히 안전한 장소로 이동할 수 있도록 전 행정력을 동원하라"고 지시했다.

산림청 노조는 전날 성명을 내고 "2월부터 5월까지 산불 조심 기간은 조직의 사활이 걸린 준전시 상황"이라며 "기관장이 음주운전이라는 중대한 비위로 직권면직 된 것은 개인의 일탈을 넘어 국가 산불 대응 체계의 최고 책임자로서 책무를 저버린 행위"라고 비판했다.

앞서 김 전 산림청장은 지난 20일 오후 10시 50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신기사거리에서 본인 소유 승용차로 음주운전을 하다가 버스와 승용차를 잇달아 들이받았다. 당시 김 전 청장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정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신구대 환경조경학과 교수 출신인 김 청장은 취임 6개월여 만에 직을 내려놓게 됐다. 청와대는 바로 직권 면직조치했다. 청와대는 이튿날 "이재명 대통령은 산림청장이 중대한 현행 법령 위반을 해 물의를 야기한 사실을 확인하고 직권면직 조치했다"고 밝혔다. 김 전 청장은 셀프 추천으로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김 전 청장은 지난해 6월 '국민 추천제'를 통해 산림청장 직위(정무직)에 본인 자신에 대해 "강력 추천한다"고 적었다. 그는 "저는 저를 잘 안다고 생각해서 추천했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추천 서류에 경기도·성남시 정책 자문, 성남의제21실천협의회 등 이력을 적시했고, 김현지 청와대 제1부속실장과도 수년간 시민 활동을 함께 활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김 전 청장의 직권면직에 대해 "공직기강을 바로 세우려는 대통령의 단호한 의지"라고 강조했지만 야권은 "예고된 인사 참사"라며 비난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