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기술유출, 공범끼리 기밀공유도 유죄…"별개 범죄로 처벌"

입력 2026-02-23 09:30
수정 2026-02-23 09:49


반도체 핵심 기술을 해외로 빼돌리는 과정에서 공범들 사이에 영업비밀을 주고받은 행위도 별개의 범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산업기술보호법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삼성전자 전 직원 김모 씨와 유진테크 전 직원 방모 씨 등에게 영업비밀 '사용' 혐의만 유죄로 인정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김씨 등은 삼성전자와 협력업체 유진테크의 반도체 증착장비 설계 도면 등 핵심 기술을 빼돌려 중국 업체(CXMT)에서 반도체 개발에 사용하기 위해 네트워크 연결저장장치(NAS) 서버에 무단으로 올린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범행 과정에서 공범끼리 영업비밀을 서로 넘겨주거나 모르는 부분을 알려주기도 했다.

1·2심 법원은 이들이 기밀을 NAS에 올려 유출한 행위에 대해 영업비밀 '사용'에 따른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죄를 적용해 김씨에게 징역 6년, 방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각각 선고했다. 다만 공범 간 영업비밀을 주고받은 행위는 기밀 사용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며 '누설' 및 '취득'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부정경쟁방지법은 영업비밀의 '취득', '사용', '제3자에게 누설' 등을 각각 독립된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며 공범 간 기밀 공유도 별도의 죄가 성립한다고 봤다. 이어 "부정경쟁방지법의 입법 취지는 영업비밀 침해행위와 관련해 처벌 대상을 확대함으로써 기업의 영업비밀 보호를 강화하는 데 있다"며 "원심은 이러한 취지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