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상호관세에 위법 판결을 내렸지만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 교역국은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위법 판결을 계기로 각국이 미국과의 무역 합의를 재검토하거나 철회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국제 통상·법률 전문가들은 한국, 일본, EU 등 주요 교역국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체결한 무역협정을 되돌리기보다 기존 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미국 내 법적 논란과 별개로 방위, 안보 협력 등 비통상 분야에서 미국이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통상 부문에서도 미국이 다양한 보복 수단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각국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번 판결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부과된 상호관세와 ‘펜타닐(합성마약) 관세’에만 적용된다.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자동차·철강·알루미늄 관세 등은 유지된다. 이 때문에 무역협정을 재협상하거나 파기하면 트럼프 행정부가 핵심 산업을 겨냥한 추가 관세로 보복할 가능성도 있다.
유럽의회는 미국과의 무역협정 비준 연기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지만 자동차산업에 더해 우크라이나 전쟁 등 안보 상황을 고려한다면 전면 재검토까지는 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사이먼 에버넷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교수는 “미국 대법원 판결이 트럼프 행정부의 위협을 약화했다기보다 다른 위협으로 대체한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일본 정부는 상호관세 위법 판결과 관련해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데 신중한 분위기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작년 7월 미·일 관세협상 타결에 따른 5500억달러 대미 투자에 관해 “변함없다는 이야기가 정부에서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3월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어서 관세 정책에 맞서기는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기업별로는 이미 납부한 상호관세에 대해 반환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 12월 스미토모화학, 가와사키모터스, 도요타통상 등 아홉 곳 이상이 관세를 환급해 달라는 소송을 미국국제무역법원(USCIT)에 제기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