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을 반대하는 로마가톨릭과 결별하고 영국성공회를 세워 스스로 수장에 앉은 헨리 8세. 38년 재위 기간에 여섯 번 결혼하고, 그중 두 명의 왕비는 처형했다. 형수이던 첫 부인과 이혼하고 시녀를 새 왕비로 맞았다. ‘천일의 앤’으로 유명한 앤 불린이다. 앤은 헨리 8세의 계속된 외도에 자신도 맞바람을 피우다 정부들과 합세해 헨리 8세 제거 공모까지 했다. 3년의 짧은 결혼 생활 끝에 런던탑에서 처형됐다.
헨리 8세는 앤 처형 후 시녀를 또다시 왕비로 맞아 아들(에드워드 6세)을 봤으나, 왕비는 산욕열로 사망했다. 이후 새 왕비는 초상화와 다르다는 이유로 곧 이혼하고 앤의 사촌을 들였다가 앤처럼 간통 혐의로 참수한다. 헨리 8세는 문란한 성생활 탓에 매독에 걸렸다. 에드워드 6세는 아버지에게 몰려 받은 선천성 매독의 영향으로 고작 7년간 권좌에 있다가 18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영국 왕실의 역사는 끊임없는 스캔들의 흑역사이기도 하다. 현대의 가장 유명한 케이스는 미국인 이혼녀 월리스 심프슨과 결혼하기 위해 왕좌를 팽개친 에드워드 8세(윈저 공작)다. 퇴위 후 행보를 보면 세기의 로맨스로 미화될 일만은 아니다. 윈저 공작은 독일 고위층과 어울리며 히틀러를 만나고 다녔다. 심프슨 부인이 나치 스파이였다는 미국 FBI 보고서가 있다고 한다.
엡스타인 파일에 연루된 앤드루 전 왕자(찰스 3세 국왕의 동생) 때문에 영국 왕실이 또 한 번 곤욕을 치르고 있다. 영국 경찰이 공무상 위법 혐의로 앤드루를 체포해 조사했다. 사법 처리 가능성까지 대두되고 있다. 영국 왕족이 공권력에 체포된 것은 1649년 찰스 1세 국왕이 올리버 크롬웰에 의해 폐위·처형된 뒤 377년 만이다.
엡스타인과 어울려 다닌 앤드루는 10대 소녀 성폭행 혐의로 재판받다가 1200만파운드(약 230억원)를 주고 종결지은 바 있다. 찰스 국왕은 ‘법대로’의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왕실 스캔들이 터져 나올수록 그 역시 입맛이 개운치 않다. 다이애나 왕세자빈의 생전 언론 인터뷰다. “이 결혼생활에는 우리 세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복잡했어요.” 찰스의 내연녀이던 현 왕비 커밀라 파커 볼스를 겨냥한 말이다.
윤성민 수석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