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주주총회를 앞두고 상장사들이 ‘주총 소집 공고’ 공시를 내놓으면 종종 뒤따라 나오는 공시가 있다. 주총에 참석하지 못하는 주주가 의결권을 맡겨줄 것을 당부하는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참고서류’다. 여기에는 소집 공고 이상으로 주총에 관한 세부 내용이 담겨 있는 경우가 많다. 주요 안건과 관련해 회사와 소액주주, 행동주의 투자자 사이의 이견이 표출되기도 한다.
◇주총 공고보다 내용 상세대리행사 참고서류 공시는 주총 소집 공고 직후 나온다. 주총에서 대리행사할 의결권을 모집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 만큼 2월 중순부터 3월 중순 관련 공시가 몰린다.
해당 공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회사가 대리행사 참고서류 공시를 내는 것과 개별 주주 및 소액주주 단체가 주체가 되는 것이다. 공시 항목에서 ‘제출인’을 잘 살펴야 하는 이유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주총을 여는 회사가 대리행사 참고서류 공시까지 내지 않는다. 주총에 상정되는 대부분 안건은 발행주식 수의 4분의 1 참석을 전제로 하는 ‘보통 결의’를 통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중투표제 도입과 같은 정관 변경과 이사 및 감사 해임, 영업 양도, 감자 등 중요 안건은 ‘특별 결의’ 사안으로 최소 주식 총수의 3분의 1이 필요하다.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만으로 정족수를 채우기 힘든 경우가 많아 회사는 ‘원활한 주주총회 진행을 위한 의결 정족수 확보’를 이유로 참고서류 공시를 낸다.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에 집중투표제 도입 등이 의무화되면서 올해는 대형 상장사의 대리행사 참고서류 공시가 잇따를 전망이다.
대리행사 참고서류에는 주총 소집 공고에는 담기지 않는 내용도 상세하게 기재된다. 지난 13일 관련 공시를 낸 디에이테크놀로지가 대표적이다. 주총 공시에는 ‘감자의 건’이라고 안건만 간략하게 표기돼 있지만 대리행사 참고서류에는 30 대 1의 감자비율과 이유까지 담겨 있다. 주총 안건을 우편으로 받아볼 수 없다면 대리행사 참고서류를 더욱 꼼꼼히 살펴야 한다. ◇소액주주 분쟁 눈여겨봐야대리행사 참고서류 제출인이 회사가 아니라 개인이나 별도 단체라면 공시를 더 자세히 볼 필요가 있다. 회사 측과 입장을 달리하는 주주가 주총에 앞서 의결권을 끌어모으려고 한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주주 행동주의 세력을 중심으로 한 주주제안이 늘어나면서 소액주주가 대리행사 참고서류를 공시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코스닥시장의 인크레더블버즈 지분 4.17%를 보유한 엠제이홀딩컴퍼니는 지난 9일 대리행사 참고서류를 공시했다. 이를 통해 대표이사를 비롯한 사내이사 및 감사를 해임하고 이 자리를 자신들이 추천한 인사로 채운다는 계획을 밝혔다. 권유 취지에서 엠제이홀딩컴퍼니는 “회사 측의 부실한 경영으로 영업손실이 늘었고, 공시 규정 위반에 따른 벌점 누적으로 주식 거래 정지 상태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올 들어 개인 주주와 소액주주가 대리행사 참고서류를 공시한 사례를 보면 사내이사 및 감사 선임을 놓고 회사 측과 의견이 다른 경우가 많다. 증권시장 관계자는 “소액주주나 행동주의 세력이 대리행사 참고서류 공시를 내면 해당 이슈가 이후 주총과 주가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며 “우호 지분을 늘리려는 양측의 움직임이 주식 추가 매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단순히 자신의 주장을 알리기 위해 대리행사 참고서류를 내는 사례도 있어 실제 분쟁에 들어갔는지 알기 위해서는 공시를 좀 더 살펴야 한다. 공시 내용 중 ‘권유자의 대리인에 관한 사항’에서 ‘업무 대리인’을 따로 선임했는지가 체크 포인트다. 의결권을 모으기 위해 1억원 이상 비용이 드는 전문 업체를 선임했다면 주총에서 실제 표대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