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월 31일~4월 2일 중국을 방문한다고 백악관이 지난 20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담판’이 이 기간 열린다.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는 무기인 상호관세가 미 연방대법원 판결로 무효화돼 미·중 정상회담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력이 떨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美·中, ‘무역 휴전’ 흔들리나미·중은 지난해 관세 전쟁을 벌이다 ‘휴전’했다. 미국은 상호관세에 더해 펜타닐(합성마약) 유통 책임을 물어 중국에 추가 고율 관세를 매겼고 중국은 보복관세와 함께 희토류 수출 통제, 미국 농산물 수입 중단 등으로 맞섰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말 부산 정상회담에서 고율 관세와 무역 보복 조치를 1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방중에선 무역 휴전을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로 상호관세와 펜타닐 관세가 무효화돼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번 대법원 판결 전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에 기존 관세 외에 상호관세 10%와 펜타닐 관세 10%를 합쳐 20%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있었는데, 대법 판결로 이 20% 관세는 효력을 잃게 됐다.
스인훙 중국인민대 교수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미국 대법원 판결이 중국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레버리지(협상력)를 약화했다”고 평했다. 베이징의 한 정치학자도 이 신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력이 약해지면서 중국은 미국 대법원 판결 전에 준비했던 것보다 더 적은 양보를 제시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중국 전문가 스콧 케네디도 미·중 무역 전쟁과 관련해 로이터통신에 “트럼프 대통령은 희토류 때문에 이미 수세에 몰려 있었다”며 “이번 판결은 중국 시각에서 볼 때 그의 약점을 굳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집권 이후 가장 중대한 좌절”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 대신 다른 관세나 무역 규제를 동원해 무역 휴전이 흔들릴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각국에 15% ‘글로벌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고 추가 관세도 예고한 상태다.
미국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를 지낸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부회장은 “이번 판결로 트럼프 대통령의 공세적 무역 의제 추진 능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며 “4월이면 그는 여전히 상당한 권한을 가지고 있고, 상대국을 타격할 수 있으며, 반중(反中) 조항을 포함한 합의도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다른 관세가 중국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미국 컨설팅사 아시아그룹의 브렛 페털리는 SCMP에 “미국이 상호관세를 대체하기 위해 취하는 어떠한 조치도 중국 측에서 긴장 고조로 간주할 위험이 커졌다”며 미·중 협상이 복잡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중 정상회담을 앞둔 만큼 중국이 대미 희토류 수출 통제를 당장 재개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국 현지 관계자의 중론이다. 다만 미·중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중국이 다시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중국은 상호관세 위법 판결에 공식 대응을 내놓기보다 신중하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다만 관영 매체 신화통신이 운영하는 SNS 계정 뉴탄친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 이후 가장 중대한 좌절을 맞았다”며 “이번 판결의 중요한 점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가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선을 넘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