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에도 대미 투자 등 합의는 그대로 이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정치권에선 불법으로 징수된 상호관세는 돌려받아야 한다는 입장이 나온다. 상호관세 환급 소송을 제기한 일본 기업은 새 관세 조치 등에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22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은 미국과의 관계를 중시해 지난해 약속한 5500억달러 대미 투자를 계속해서 이행할 방침이다. 양국은 이미 가스 화력발전소, 석유·가스 수출 시설, 합성 다이아몬드 제조 등을 1호 투자 프로젝트로 선정했다. 일본 경제산업성 간부는 “일본에도 이익이 있는 것을 (투자 프로젝트로) 선정했다”며 이번 판결과 무관하게 투자를 실시할 것이라고 아사히신문에 밝혔다.
일본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산케이신문은 “판결에 반발한 트럼프 대통령이 대체 수단으로 고관세 정책 유지를 표명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한다면 배로 당할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일본이 재협상 등을 요구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산 자동차 관세를 대폭 올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다음달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 예정인 것도 일본이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일본 정치권에선 납부한 상호관세는 돌려받아야 한다는 입장이 나온다. 오노데라 이쓰노리 자민당 세제조사회장은 이날 후지TV에 출연해 “불법적인 형태로 지불한 관세를 돌려달라는 것은 당연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대신 10%의 ‘글로벌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가 이를 15%로 인상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선 “솔직히 엉망이라고 생각한다”며 “동맹국으로서 걱정하고 있다”고 이례적으로 비판했다.
일본 기업이 기존 상호관세로 부담할 액수는 연간 2조9000억엔, 자동차·부품 관세 부담액은 2조6000억엔 규모다. 일본 기업 중에는 가와사키중공업 등 최소 10곳이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에 상호관세 환급 소송을 제기했다. 아사히는 사설에서 “일본 정부는 움직여야 한다”며 “일본 기업에 대한 환급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지원하고 5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를 포함한 미·일 합의도 전제가 흔들린 이상 내용을 다시 정확히 살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