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얼음의 지구촌 축제’인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이 23일 오전 4시30분(한국시간) 폐회식을 끝으로 17일간의 여정을 마쳤다. 이번 대회에서 대한민국은 전통적인 강세 종목인 빙상의 위상을 공고히 하는 한편, 설상 종목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며 동계 스포츠의 저변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절대 강자 빙상, 새 역사 설상
92개국 2900여 명의 선수단이 참가한 이번 대회는 사상 첫 공동 개최지 명칭을 사용한 만큼 파격적인 분산 개최가 특징이었다. 경기가 치러진 밀라노와 코르티나담페초 사이의 거리는 약 400㎞에 달했으며, 폐회식 역시 밀라노에서 160㎞ 떨어진 베로나에서 열렸다. 광범위한 지역에 경기장이 흩어져 있어 축제 분위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도 있었으나, 한국 선수단은 환경적 변수에 흔들리지 않고 준비한 기량을 발휘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4개, 동메달 3개로 총 10개의 메달을 수확했다. 종합 순위 13위(22일 오후 6시 기준)로 ‘톱10’ 진입은 이루지 못했지만 2022 베이징 대회(금 2, 은 5, 동 2·14위)의 성적을 뛰어넘었다. 수치상의 성과보다 값진 것은 메달의 ‘질’이다. 특정 종목 쏠림 현상이 완화되고, 10대와 20대 초반 Z세대(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생) 선수들이 대표팀 주축으로 확실히 자리 잡았다는 것이 이번 대회의 최대 수확이다.
한국 동계 스포츠의 주력인 빙상에서도 Z세대 선수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중 유일한 2관왕에 오른 쇼트트랙 ‘새 간판’ 김길리(22)는 여자 1500m 금메달을 포함해 총 3개의 메달(금 2, 동 1)을 획득하며 세대교체의 중심에 섰다. 임종언(19)도 2개의 메달을 추가하며 박지원(29), 황대헌(27)을 잇는 차세대 에이스로서 가능성을 입증했다.
반면 스피드스케이팅의 부진은 과제로 남았다. 한국 빙속이 메달 없이 대회를 마친 것은 2002 솔트레이크시티 대회 이후 24년 만이다. 기대를 모은 김민선(27)과 이나현(21)이 주 종목인 500m에서 세계 수준과의 격차를 실감하며 하위권에 머물렀고, 정재원(25) 역시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3회 연속 올림픽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상징적인 성과는 설상 종목에서 거둔 결실이다. 최가온(18)은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에서 대한민국 설상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했다. 1948년 동계올림픽 첫 참가 이후 78년 만에 얻은 값진 결과다. 여기에 김상겸(37)의 은메달과 유승은(18)의 동메달이 더해지며 한국 스노보드는 종목별 경쟁력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알파세대 합류할 2030 알프스설상 종목에서도 Z세대 선수가 메달 레이스를 주도했다. 최가온과 유승은은 모두 18세의 고교생 선수다. 스노보드 남자 하프파이프 6위에 오른 이채운(20)과 한국 최초로 프리스타일 스키 하프파이프 결선에 진출한 이승훈(21) 역시 세계 무대에서의 경쟁력을 재확인받았다.
이번 대회를 빛낸 주역 대다수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라는 점은 4년 뒤 프랑스 알프스올림픽의 긍정적인 전망을 뒷받침한다. 최가온, 유승은, 김길리, 임종언 등 첫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른 선수들은 4년 뒤 기량과 경험이 정점에 달하는 시기를 맞는다. 큰 무대 경험을 통해 축적한 Z세대의 노련미는 차기 대회에서 더 높은 성과를 기대하게 하는 핵심 동력이다.
여기에 2010년 이후 출생한 ‘알파세대’의 가세는 대표팀의 저변을 한층 넓힐 전망이다. 디지털 환경에서 세계적인 트렌드를 실시간으로 흡수하며 성장한 이들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적고 경기를 즐기는 심리적 강점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미 피겨스케이팅 등 일부 종목에서는 세대교체의 신호탄을 쐈다. 지난 1월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 김유성(17), 김유재(17), 허지유(15), 서민규(18), 최하빈(17) 등 알파세대 유망주들은 성인 선수와 대등하거나 그 이상의 경기력을 선보이며 기대감을 높였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