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의 점포 축소에 따른 반사이익을 e커머스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오프라인 매장의 구조적 쇠퇴 흐름이 뚜렷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4년 연속 결제액 역성장22일 대체 데이터 플랫폼 한경에이셀(Aicel)에 따르면 이마트·트레이더스·롯데마트·홈플러스 4개 브랜드 오프라인 매장의 신용카드 결제금액(추정치)은 작년 12월 28일부터 이달 14일까지 약 7주 간 2조2347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 같은 기간(3조554억원)과 비교해 14.4% 감소했다. 대형마트 오프라인 결제액은 2023년 이후 4년 연속 역성장을 기록 중이다. 작년 연간 결제액은 전년 대비 11.0% 줄어 2023년(-0.81%)과 2024년(-0.19%) 대비 감소폭이 두드러졌다.
브랜드별로 보면, 최근 7주 간 홈플러스 결제액이 5490억원으로 1년 전보다 4591억원(45.5%) 급감했다. 홈플러스는 작년 12월 점포 5곳 폐점을 시작으로 부실 점포 구조조정을 본격화하고 있다. 대규모 소비자 이탈에도 불구하고 경쟁 대형마트가 얻은 반사이익은 거의 없었다. 국내 최대 할인점인 이마트 결제액은 이 기간에 198억원(1.5%) 줄었고, 롯데마트는 약 4.2% 늘었지만 증가액이 178억원에 그쳤다.
반면 온라인과 근거리 채널은 두드러진 증가세를 이어갔다. SSM 1·2위인 GS더프레시와 롯데슈퍼 결제액은 이 기간에 각각 6.4%, 13.9% 증가했다. 이마트에브리데이(3.6%) 결제액도 계열 대형마트와 달리 증가세를 보였다. 신선식품 새벽배송에 강점을 지닌 e커머스 플랫폼 컬리는 14.5% 늘었다. 외식과 패션을 포함하는 전체 신용카드 결제액 가운데 온라인 비중은 지난달 43.4%(33조4951억원)로 월별 최고 기록을 다시 썼다. 금액 기준으로는 1년 전보다 3조7632억원(12.7%) 늘어났다.
유통산업 전문가들은 대형마트 각사의 저수익 점포 구조조정과 맞물려 오프라인 매출이 구조적인 감소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 말 홈플러스는 향후 6년 간 41개 부실 점포를 닫겠다는 내용의 회생계획안을 제출했다.
박이경 한경에이셀 데이터 애널리스트는 “오프라인 시장에서 대형마트가 고전했지만 롯데슈퍼 등 SSM은 호조를 이어가며 업태 간 명암이 극명하게 갈렸다”며 “경쟁 축이 기존 ‘규모의 경제’에서 ‘주거 밀착형 편의성’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어 대형 점포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커지는 규제 완화 기대대형마트 업계는 정부의 새벽배송 허용 등 규제 완화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기존 오프라인 점포를 도심형 물류 거점으로 활용하면 추가적인 인프라 투자 없이 온라인 쇼핑 점유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 대형마트 ‘새벽 시간(밤 12시∼오전 10시) 영업 금지’ 규제는 2012년 전통시장 보호를 위해 도입했지만, 쿠팡 등 온라인 쇼핑업체의 독주만 뒷받침 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유통 관련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새벽배송 허용에 따른 실적 개선 기대 등에 힘입어 이마트와 롯데쇼핑 주가는 올 들어서만 각각 38.0%, 59.9% 급등했다.
다만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구조적인 오프라인 실적 침체를 얼마나 만회할 수 있에 대해선 전문가 의견이 엇갈렸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온라인 신선식품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형마트가 이미 기존 온라인 전용 인프라를 통해 수도권 배송을 커버하고 있다”며 “새벽배송 허용만으로 유의미한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