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2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6만7000건을 넘겼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본격적으로 부동산을 언급하기 시작한 후 20일 동안 1만건 증가했습니다.
증가한 지역을 살펴보면 의미가 있습니다. 그동안 가격이 많이 오르고 매물이 많이 감소한 지역을 중심으로 매물이 늘고 있습니다. 작년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이 20%가 넘었던 송파구가 1000건 넘게 늘었고, 19% 넘게 올랐던 성동구 또한 600건이나 매물이 증가했습니다.
반면 매물이 줄어든 지역도 있습니다. 서울 외곽은 대부분 소폭 증가하거나 별다른 변동이 없습니다. 매물이 나오는 이유가 보유세(종합부동산세)가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보유세 부담이 큰 곳의 매물이 많이 나오고 그다지 부담이 크지 않은 곳은 현재 굳이 팔 필요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현재 주택시장은 핵심 주거 선호 지역에서 서울 외곽으로 그 온기가 퍼지는 중이어서 조금 더 기다려 보자는 집주인이 많을 겁니다. 오르지 않은 주택에 대한 보상 심리이겠죠.
매물이 증가하면 주택시장이 안정될까요? 반은 맞지만 반은 틀린 이야기입니다. 매물이 늘어나고 이 매물로 인해 매매거래가 늘어나야 가격이 안정되겠죠. 안타깝게도 서울 외곽을 제외하고 현재 거래가 늘어나고 있다는 현장의 이야기를 듣기는 쉽지 않습니다. 호가가 조정돼 매물이 나왔지만 이 매물의 가격도 매수자들은 부담스러운 것 같습니다. 5월이 다가올수록 매물은 더 많이 나오고 가격도 더 많이 조정될 것으로 판단하는 듯합니다. 원래 집이 없는 사람들은 가격이 떨어져도 사지 못하고 가격이 오르면 더 못 사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정부에서도 무주택자에게만 매수 기회를 주는 것으로 방향을 잡아 이런 경향은 더 짙어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거래가 빨리 늘어나지 않는 이유는 부동산은 주식과는 다르게 매매 거래가 한두 달 안에 이뤄지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매도자도 한두 달 안에 결정해 집을 내놓는 것이 어려운데 매수자는 더 힘들 것입니다. 특히 이런 거래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매수자는 더 고민할 것이 많을 듯합니다. 강력한 대출 규제도 매수자의 의사결정을 더욱 어렵게 만듭니다. 대출과 규제지역으로 꽁꽁 묶어놓은 상태에서 매수하라고 하니 쉽지는 않을 겁니다. 따라서 정부에서 현재 추진하는 방향에서 가장 큰 문제는 시간 프레임을 잘못 잡은 것입니다. 작년 하반기에만 이렇게 결정됐어도 주택시장 안정에는 더 도움이 됐을 겁니다.
2개월 동안 매물은 증가하겠지만, 4년 동안 매물은 잠길 것입니다. 사실 애초부터 양도세 중과는 없애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집이 많다고 양도세를 중과하는 나라는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1주택자와 다주택자를 구분하긴 하지만, 그 방식이 한국처럼 세율을 20~30%포인트씩 더하는 징벌적 중과보다는 비과세 혜택 유무와 보유 기간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거주하는 경우는 비과세하고 그 외는 일반과세하는데 세율도 대부분 자본이득세(capital gain tax) 범위 내인 15~30% 수준입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세율마저 6~45%로 높습니다.
4년 동안 매물은 계속 잠길 겁니다. 이제는 정말 팔고 싶어도 양도세 때문에 팔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양도차익에 대해 2주택자는 71.5%, 3주택자는 82.5%의 양도세를 부담해야 하는데 주택시장에 매물이 나올까요? 양도세 중과가 본격화되는 5월9일 이후 매물 잠김이 어느 정도일지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이런 걱정이 더 우려되는 점은 올해부터 3~4년간 서울에서 입주하는 아파트가 1만 가구 내외에 그친다는 점입니다.
이재명 정부는 집권 기간 내내 매물과의 전쟁을 벌일 겁니다. 주택시장에 적정 수준의 매물이 나와서 서울, 특히 핵심 주거선호지역에 집중되는 주택수요에 부응해야 합니다. 안타깝게도 현 정부의 이념적 정체성을 고려한다면 규제 완화를 통해 매물이 나오게 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보입니다. 오히려 규제를 더 강하게 해서 그나마 있던 매물마저 사라지게 만들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주택임대사업자 매물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아파트에 대해서는 2020년 임대사업자 등록이 금지됐으며 8년 장기임대주택의 80% 이상은 비아파트입니다. 아파트도 핵심 주거 선호지역보다는 서울 외곽에 평형이 적은 경우가 상당수를 차지합니다. 적은 평형에 더 많은 혜택을 줬기 때문입니다.
대한주택임대인협회가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올해부터 3년간 등록임대가 말소되는 서울의 아파트는 3만7700가구에 이릅니다. 적지는 않지만 말소되는 모든 매물이 시장에 나오지는 않기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입니다. 오히려 전월세 가격을 5% 이상 올릴 수 있어 임대차시장에 더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의 권유로 8년 장기임대를 한 주택임대사업자들에 대한 혜택을 줄이겠다는 것은 더욱 심각합니다. 등록임대주택에 적용된 과세특례는 공공임대에 준하는 21가지 의무를 성실히 이행한 대가이지 특혜가 아닙니다. 안 그래도 주택시장에서 신뢰를 너무 빨리 잃어버린 정부가 계속 신뢰를 잃는 조치를 취한다면 남은 임기 동안 어떤 주택정책을 펴더라도 국민은 믿지 않을 겁니다.
최근 서울의 매물이 증가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모든 통계는 단기간이 아니라 비교적 장기인 1년 정도의 추세를 봐야 합니다. 지난 1년 동안 서울 아파트 매물 증감 추이를 살펴보면 9만2000건에서 6만 건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서울과 경기 12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는 바람에 세 낀 매물을 팔 수 없게 됐기 때문입니다. 단기적으로 늘어난 매물 증가가 주택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지, 추세적으로 더 많이 줄어든 매물이 주택시장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답은 명확해 보입니다.
형평성의 문제도 제기될 수 있습니다. 다주택자 매물을 토허제의 예외사항으로 인정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정책인지는 다시 고민해야 합니다. 1주택자는 무조건 실거주해야 하는데 왜 다주택자는 임대차 계약기간이 남았는데도 예외로 인정해주는지 누구도 이해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동안 세입자를 내보내느라 비용과 시간을 허비한 다주택자들은 허탈할 겁니다. 몇천만원의 이사비를 부른 세입자를 상대하느라 진이 빠지면서 어렵게 주택 수를 줄여온 다주택자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주택시장은 살아 움직이는 복합 경제 단위입니다. 체계적이고 시장 친화적인 대책만이 주택시장 안정을 이룰 수 있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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