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과 이어진 탄핵 정국으로 사회 전반의 불안이 확산됐던 지난해 초 복권 구매 지출이 눈에 띄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황형 소비' 양상이 뚜렷했다는 분석이다.
22일 금융투자업계와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미혼 자녀를 2명 이상 둔 가구의 복권 등 구매 지출은 월평균 708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471원) 대비 50.3%, 직전 분기(574원) 대비 23.3% 급증했다. 반면 미혼 자녀 유무와 관계없이 전체 가구 평균 복권 지출은 7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에 그쳤다.
이런 흐름은 2분기와 3분기에도 이어졌다. 미혼 자녀 2명 이상 가구의 월평균 복권 지출은 △2분기 691원(전년 대비 30.6% 증가) △3분기 562원(12.4% 증가)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전체 가구의 증가율(△2분기 20.0% △3분기 1.2%)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계엄 이후 사회 불안, 소비심리 위축, 환율 급등, 자영업자 폐업 증가 등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부양 부담이 큰 가구일수록 체감 위기가 컸을 가능성에 주목한다. 복권은 경기 침체기마다 판매가 늘어나는 대표적 불황형 상품으로 꼽힌다.
가구당 월평균 복권 지출은 2019년 457원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0년 560원 △2021년 616원 △2022년 612원 △2023년 620원으로 상승했다. 2024년에는 587원으로 다소 줄었지만, 지난해(1~3분기 평균) 다시 638원으로 증가세를 재개했다.
소비 심리는 계엄 직후 급격히 얼어붙었다.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2024년 12월 88.2까지 떨어졌고, 이듬해 4월까지 5개월 연속 기준선 100을 밑돌았다. 이후 새 정부 출범과 정치적 불확실성 완화, 수출 호조, 증시 상승 등이 맞물리며 회복 흐름을 보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월 CCSI는 110.8로 전월(109.8)보다 1.0포인트 상승했다.
소비 심리 개선에 힘입어 유통업종 주가도 반등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유통업 지수는 올해 들어 32.13%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37.83%)에는 못 미치지만, 기계·장비(133.66%), 전기·전자(127.93%) 등 일부 업종이 지수를 크게 끌어올린 점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다만 최근 백화점 등 내수 업종 회복이 순수한 소비 호황만의 결과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계엄 여파로 부진했던 지난해 실적에 따른 기저효과, 팬데믹 이후 왜곡됐던 소비 구조의 정상화, 점포 리뉴얼, 외국인 관광객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