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커버 스토리 - 거침없는 코스피 밸류업 이끈 주역은
인터뷰 ①?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 교수
"기업의 밸류업 강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단순한 배당 확대가 아닌 자본비용을 기준으로 한 의사결정 문화의 정착과 인센티브 구조 개편, 이사회 독립성 확보이다“
"코스피 급등, 유동성 아닌 실적·제도 기대 영향 커"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한경ESG>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코스피 급등 흐름에 대해 “이번 랠리를 단순 유동성 장세로 보긴 어렵다”고 평가했다. 코로나 국면과 달리 거래량 급증보다는 호가 상승 성격이 강했고, 반도체 중심 대형주의 실적 개선과 상법 개정 등 투자자 보호 기대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그는 “지수는 결과일 뿐”이라며,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본질은 지배주주 중심 의사결정, 이사회 독립성 한계, 자본비용을 고려하지 않는 경영 관행 같은 구조적 문제에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그는 "법과 제도가 바뀌어도 기업 내부 행동규범이 바뀌지 않으면 구조적 재평가가 지속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올해 주주총회를 ‘거버넌스 변화의 시험대’로 보고 있다"며 "기업들이 제도 취지를 실질적으로 수용하는지, 형식적으로 대응하는지에 따라 구조적 재평가 여부가 판가름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밸류업의 출발점을 ‘자본비용’에서 찾았다. 그는 “주주환원은 목표가 아니라 수단”이라며 “영업이익, ROE에서 더 나아가 투자자의 요구수익률, 즉 자본비용까지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직 자본비용 개념이 기업 경영 의사결정의 중심에 충분히 자리 잡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배당과 자사주 소각 역시 단순한 현금 배분이 아니라 자본구조 최적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자기자본이 과도하게 쌓이면 자본 총액이 커지면서 ROE가 구조적으로 낮아질 수 있다”며, 자본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기업으로 평가될 경우 밸류에이션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환원 정책의 핵심은 배당 규모가 아닌 자본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자본비용 경영·이사회 독립성이 기업가치 좌우
거버넌스 개선의 핵심으로는 이사회 독립성을 꼽았다. 그는 상법 개정에 대해 “새로운 의무라기보다 기존에 이행되지 않았던 관행에 대한 주의 환기”라고 평가하면서도, “법이 바뀌어도 행동규범이 바뀌지 않으면 지속되기 어렵다”고 했다. 특히 이사 ‘추천 경로’를 구조적 문제로 지적하며, 지배주주 승인 없이는 선임이 어려운 구조에서는 독립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사회는 일반주주를 대변하는 기구라는 인식이 자리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CEO 보상체계 개편도 밸류업의 필수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경영진에게 주가에 연동된 보상(RSU 등)을 확대해야 한다”며 “주식보상을 강화해야 주가와 기업가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그간 한국에서 주식보상이 약했던 배경으로 승계 구조상 주가 상승을 반기지 않는 이해상충이 존재해왔다는 분석이다. 결국 “인센티브 구조를 손보지 않으면 거버넌스 개선은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대주주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에 대해서는 일률적 비판을 경계했다. 장기적 관점의 투자와 책임경영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 기능이 존재하지만 승계 과정에서 소수주주 권리가 침해되거나, 복수상장과 계열사 간 거래 등으로 기업가치가 훼손되는 일이 반복된다면 할인 요인이 된다는 지적이다. 핵심은 대주주의 존재 자체가 아니라, 의사결정 구조가 소수주주와 이해를 공유하도록 설계돼 있느냐에 있다는 설명이다.
행동주의 확산에 대해서는 긍정적 측면을 강조했다. 그는 행동주의를 단기 수익 추구로만 보는 것은 오해라며, 지배권 경쟁(control contest)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지배구조 선진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해외 투자자의 눈높이도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복수상장과 계열사 합병·분할 과정의 가격·절차 공정성을 지속적으로 문제 삼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대응이 미흡할 경우 자금 이탈이나 디스카운트 확대라는 방식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기업의 밸류업을 위해 공시는 출발점이며 중요한 건 이사회와 경영진이 자본비용을 기준으로 의사결정하는 문화가 내재화되느냐라고 강조했다. 그는 "제도·지수·공시를 넘어 기업 내부의 의사결정 원리가 바뀔 때 비로소 구조적 재평가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esit917@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