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공지능(AI)·로봇 기업들이 기초 연구와 장기 기술 전략을 총괄하는 수석과학자 자리에 20~30대 젊은 인재를 전면에 배치하고 있다. 거대언어모델과 체화지능 등 차세대 분야에서 연구 어젠다를 설계할 핵심 직책을 젊은 인재에게 맡겨 미래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9일(현지시간) 중국 주요 테크 기업들이 밀레니얼·Z세대 연구자를 수석과학자로 임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AI 인재 확보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스타급 젊은 연구자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주목받은 사례는 지난해 9월 200억원에 달하는 연봉을 제안받고 챗GPT 개발사인 미국 오픈AI에서 중국 최대 기술기업 텐센트로 이직한 28세 과학자 야오순위다. 그는 현재 텐센트 최고경영자(CEO)실 산하 최고 AI과학자로 합류해 마틴 라우 텐센트 CEO에게 직접 보고하고 있다.
야오순위는 칭화대를 졸업하고 프린스턴대에서 컴퓨터과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구글 인턴십을 거쳐 2024년부터 오픈AI에서 AI 에이전트를 전문으로 연구하면서 오픈AI의 최초 AI 에이전트인 오퍼레이터와 딥리서치 개발에 핵심적으로 기여했다. 최근에는 모델 설계에서 '컨텍스트 러닝'을 중심에 둬야 한다는 내용의 논문을 공동 발표했다.
'중국 AI 여신'으로 통하는 31세의 뤄푸리도 MZ 수석과학자다. 쓰촨성 이빈시(市) 시골 마을 출신인 그는 대도시에 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베이징사범대 전자학과에 입학했고, 컴퓨터공학과가 유망하다는 말에 석사 진학을 결심했다. 석사 졸업 전 세계적 권위의 자연어처리(NLP) 학술 대회인 전산언어학회(ACL)에서 논문 여덟 편을 발표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졸업과 동시에 알리바바를 거쳐 딥시크에 합류했다. 이후 그는 지난해 11월 딥시크를 떠나 샤오미에 합류했다.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애지봇의 자회사 프라임봇은 지난달 초 둥하오 베이징대 컴퓨터공학과 부교수를 수석과학자로 임명했다. 1990년대 이후에 태어난 '주링허우 세대(post-90s)'인 둥 교수는 영국의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체화지능(물리적 실체를 갖고 실제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인공지능), 거대 모델, 강화 학습 등이 그의 주 연구 분야다.
애지봇이 지난해 수석과학자로 임명한 33세 뤄젠란도 밀레니얼 세대다. 그는 우한공대 자동차공학과를 졸업하고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 버클리)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구글의 연구 프로젝트인 구글X와 AI 연구 기업 딥마인드에서 일했다.
중국 칭화대 '야오반(班)'은 중국 내 젊은 수석과학자 양성소로 통한다. 야오반은 미국 MIT·스탠퍼드대와 견줄만한 소수 정예 인재를 키우는 것이 목적인 조직이다. 튜링상 수상자이자 세계적 이론컴퓨터 과학자인 야오치즈 칭화대 교수가 정부 후원을 받고 2005년 만들었다. 학부 기준 매년 약 30명 내외를 선발하는데, 대부분 수학·물리 올림피아드 메달리스트들이다. 야오순위를 비롯해 중국 비전 AI 스타트업 쾅스커지의 창업자인 인치, 자율 주행 기업 포니닷AI를 공동 창업한 러우톈청도 야오반 출신이다.
1940년대 미국의 '맨해튼 프로젝트'와 '아폴로 프로젝트'에서 시작된 '수석 과학자'라는 직책은 최근 들어 기술 기업의 핵심 전략 포지션으로 자리 잡았다. 메타 초지능 연구소의 수석 과학자인 자오성자는 30대 초반이며, 오픈AI 수석 과학자 야쿠프 파초키는 35세다. 알리바바 그룹 클라우드 부문 수석 과학자였던 저우징런은 현재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고 있다.
가오런보 KPGM중국 수석파트너는 "수석 과학자의 핵심적 책임은 기초연구 개척, 기술적 탐색, 과학적 이니셔티브를 위한 전략 수립"이라며 "CTO가 기술팀 관리, 제품 아키텍처 설계, 기술 솔루션 배치, 사업적 목표 달성 등을 총괄하는 데 비해 수석과학자는 제품 완성이나 상업화에 직접 관여하지 않으면서 장기적으로 기술적 진입 장벽을 구축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