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 7개 사, 6년간 담합"…과징금 최대 1조1600억 예상

입력 2026-02-20 15:56
수정 2026-02-20 15:57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밀가루 시장을 사실상 장악한 제분 업체들의 장기 담합 의혹에 대해 본격적인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관련 매출액을 기준으로 하면 과징금이 최대 1조16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공정위는 20일 대선제분·대한제분·사조동아원·삼양사·삼화제분·CJ제일제당·한탑 등 7개 제분사에 심사보고서를 송부하고 전원회의 심의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심사보고서는 형사재판의 공소장에 해당하는 문서로, 조사 과정에서 확인된 위법 사실과 제재 의견을 담고 있다. 최종 제재 수위는 전원회의 의결을 거쳐 확정된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2019년 11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약 6년간 밀가루 기업 간 거래(B2B) 시장에서 판매가격과 물량 배분을 반복적으로 합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라면·제빵·제과업체와의 직거래 및 대리점 거래를 포함한 해당 시장에서 7개 사의 점유율은 88%에 달한다. 담합으로 영향을 받은 관련 매출액은 약 5조8000억원으로 산정됐다.

공정위는 이를 '매우 중대한 위법행위'로 판단하고 관련 매출액의 최대 20% 범위 내 과징금 부과 의견을 제시했다. 이론상 최대 1조1600억원 규모다. 실제 부과액은 가담 정도와 기간, 조사 협조 여부 등에 따라 조정될 예정이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에 '가격 재결정 명령'을 포함한 시정명령도 검토하고 있다. 이는 담합으로 형성된 가격 체계를 다시 정하도록 강제하는 조치다. 2006년 밀가루 담합 사건에서 공정위가 과징금과 함께 부과한 바 있다. 심사관 의견이 전원회의에 반영되면 약 20년 만에 재발동하게 된다.

공정위는 방어권 보장 절차가 종료되는 대로 최대한 신속하게 전원회의를 열고 최종 판단을 내릴 계획이다.

유성욱 공정위 조사관리관은 "평균적으로 담합 사건 처리에 약 300일 정도 소요된다"며 "이번 사건은 담당 과장을 포함해 5명이 별도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로 사건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담합을 비롯한 불공정 거래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노력을 앞장서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