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칼럼] 호주가 쏘아올린 (긴축을 향한 작은) 공

입력 2026-02-20 13:45
수정 2026-02-20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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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호 우리은행 WM상품부 이코노미스트

선진국 중 첫 번째로 호주 중앙은행(RBA) 기준금리 인상
호주 중앙은행(RBA)이 최근 기준금리(Official Cash Rate)를 인상(2월 3일, 3.60%→3.85%)했다. 호주는 작년 상반기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25년 1월 ~ 25년 7월)을 유지한 이후 작년 하반기부터 올해 초까지 동결(2025년 8월~2026월 1월)을 지속해 왔었는데,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가팔라지면서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대 이후 교역량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글로벌 경제는 어느 정도 공통된 경기 흐름을 공유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물가의 방향성도 동조화되면서,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도 (시차의 차이는 있으나) 방향성 측면에서는 공통된 사이클이 형성된 측면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코로나19 위기 이후 주요국 중 통화정책이 기준금리 인상과 인하 그리고 동결 구간 거쳐 다시 인상으로 선회한 첫 번째 사례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을 수 있겠다.
호주의 기준금리 인상은 내부 요인이 더 크다는 점에서 일단은 안심
호주 중앙은행이 긴축으로 선회한 가장 큰 원인은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정책목표(2~3%) 대비 높기 때문이다. 호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5년 1월(1.9%) 이후 지속해서 높아지기 시작하면서 최근 3.8%(26년 1월)까지 높아진 상황이다. 고용시장의 노동 부족에서 파생된 3%대의 높은 임금 상승률이 공급 측면의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 요인으로 작용한 가운데, 호주 소비자물가지수 구성 요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거비(21%)가 빠르게 커지면서 전체 물가 상승률을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거비의 경우 호주 주택시장의 만성적인 공급 부족 상황에서 임대차 비용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단기간 내 인플레이션 안정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이에 호주 중앙은행은 최근 인플레이션 상승이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고,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호주 채권시장에서는 5월 추가 인상 기대 반영) 호주가 일회성 금리 인상이 아닌 긴축 사이클로 진입했다는 점에서, 글로벌 채권시장의 입장에서는 심리 위축 요인으로 볼 수 있다. 다만 호주의 물가상승률이 6개월 이상 추세적으로 높아진 주요 원인에는, 글로벌 요인보다 주택시장 수급 불안에 기인한 내부 효과가 더 컸다는 점이 그나마 다행스러운 부분이다.미국도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이 종반부에 접어들고 있다는 점은 우려 요인
소비자물가 바스켓이 호주와 유사한 국가로는 미국을 들 수 있다. 미국 소비자물가 지수에서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30%)이 가장 높다는 점은 호주와 공통되는 부문이다. 하지만 미국은 주거비와 임금 상승률이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직 피벗(통화정책 전환) 경계감은 크지 않다. 특히 5월 이후 연준을 이끌어갈 차기 의장으로 지명된 케빈 워시 전 이사는 (트럼프의 후보들 가운데) 상대적으로 매파적인 인물이지만, 최근에는 AI 투자가 가져오는 생산성 개선을 근거로 기준금리 인하를 주장하고 있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3.75%)가 중립 금리 대비 높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올해 1~2회 정도의 기준금리 인하가 무리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하지만 올해를 넘어 연말 혹은 내년까지 정책 시계(視界)를 넓혀보면, 연준의 제한적 기준금리 인하 이후 도래할 미국 통화정책의 사이클은 일정 기간 동결 후 긴축으로의 전환이 순서임을 부인하기가 힘들다.

국내로 눈을 돌려보자. 작년 하반기부터 한은은 기준금리 인하를 멈추고 동결해오다가 1월 금통위에서는 인하 사이클 종료되었다. 그 과정에서 한국 채권시장 금리는 작년 3/4분기부터 최근까지 올라서, 국공채 주요 기간물들이 50bp 내외의 상승폭을 보였다. 1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거론한 금통위원이 한 명도 없었다는 총재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한국 채권시장 금리는 이미 기준금리 1.5회 인상을 선반영하고 있는 수준이다. 만약 올해 연준이 기준금리 1~2회 정도를 인하한 후 인하 사이클이 끝나간다는 시그널을 보일 경우에는, (그 시점이 올해 상반기일 가능성은 작지만), 미국 채권 시장의 반응은 격할 수도 있다. 특히 최근 빅테크 기업들의 채권 발행이 활발한 상황에서, 채권금리가 상승한다면 회사채 시장에 충격을 증폭시키면서, 그 여파가 주식시장으로까지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 같다.호주와 한국의 사례를 통해, 미국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 종료 이후를 고민할 필요
긴축으로 첫발을 내디딘 호주를 다시 살펴보자. 금번 인상으로 호주의 기준금리는 3.85%가 되었고, 10년물 국채금리는 이보다 약 100bp 정도 높은 4.8% 내외에서 형성되어 있다. 한국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하며 10년물 국채금리가 3.5% 내외 수준이라는 점에서, 기준금리 대비 100bp 정도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미국은 아직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남아있다는 점에서 기준금리와 10년물 국채금리 스프레드는 40~50bp 내외로 형성되어 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미국 경제가 일반적인 상황에서 기준금리와 10년물 국채금리 스프레드는 평균적으로 100bp 정도를 보여왔고, 기준금리 인상 초입에서는 스프레드가 더 확대되는 경향을 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종료 이후 장기물 금리 상승이 가져올 여파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겠다. 이번 달 호주가 긴축을 향한 첫 번째 발걸음을 띄었다는 점을 강 건너 불 보듯 해서는 안 될 것 같다.

*본 견해는 소속기관의 공식 견해가 아닌 개인의 의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