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어요!"
우여곡절 끝에 출전한 첫 올림픽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펼쳤다. 8위라는 값진 성과를 낸 이해인은 20일(한국시간) 활짝 웃으며 이같이 말했다. 한달 전 국내 올림픽 선발전에서 출전권을 딴 뒤 펑펑 울음을 터뜨렸던 모습과 정반대인 환희의 미소였다.
이해인은 이날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74.15점, 예술점수(PCS) 66.34점, 총점 140.49점을 기록해 쇼트프로그램 점수 70.07점을 합한 최종 총점 210.56점으로 전체 8위에 올랐다. 그는 경기 후 "쇼트 프로그램을 할 때보다 더 떨렸는데 차분하게 연기를 마쳐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며 "프로그램을 펼칠 때만큼은 나만의 시간이라는 생각으로 연기를 풀어갔고, 그 시간을 최대한 즐기기 위해 노력했다"고 돌아봤다.
이날 이해인은 안정적으로 자신이 준비해온 것을 펼쳤다. 프리 스케이팅 프로그램 카르멘에 맞춰 힘차게 연기를 시작한 그는 첫 점프 과제인 더블 악셀-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클린 처리하면서 기본 점수 7.50점과 수행점수(GOE) 1.02점을 챙겼다. 이후 트리플 러츠-더블 토루프-더블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어텐션(에지 사용주의)이 나왔지만 큰 감점을 받진 않았다.
그는 트리플 살코와 트리플 루프 점프를 연이어 완벽하게 수행했고, 플라잉 카멜 스핀을 최고 난도인 레벨 4로 처리했다. 화려한 코레오시퀀스로 전반부 연기를 마친 이해인은 10% 가산점이 붙는 후반부 연기에서도 큰 흔들림 없이 자신의 무대를 꾸며나갔다.
트리플 러츠에서 어텐션이 나왔으나 크게 흔들리진 않았고, 트리플 플립-더블 악셀 시퀀스 점프는 클린 처리했다. 마지막 점프인 트리플 플립에서는 쿼터 랜딩(점프 회전수가 90도 수준에서 모자라는 경우) 판정을 받았다. 모든 점프 과제를 마친 이해인은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과 스텝 시퀀스,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을 모두 최고 난도인 레벨 4로 연기하며 무대를 마쳤다. 후회 없이 모든 힘을 쏟아낸 이해인은 은반 위에 누워 환하게 웃었다.
그는 "그동안 지상 훈련 시간을 많이 늘리면서 체력을 쌓았다"며 "조금씩 후반부에 버티는 힘이 생겼고, 오늘 경기에서 효과를 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은반 위에 누운 것에 대해 "(실수하지 않았다는) 안도감이 들어서 그랬던 것"이라며 "나도 모르게 긴장이 풀리면서 그런 모습이 나왔던 것 같다"고 했다.
이해인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긴장과 부담감을 내려놓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고 한다. 밀라노에 입성한 뒤 취미인 그림 그리기와 일기 쓰기로 차분하게 마음을 다잡았다. 그는 "오늘 마지막 훈련을 한 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노을이 예뻤다"며 "그 노을을 바라보면서 글을 썼는데 마음이 편안해지더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동료 선수들 그림도 완성했다"며 "너무 대회 생각만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이런 과정이 편하게 연기하는 데 영향을 미쳤던 것 같다"고 말했다.
어머니에 대한 감사도 전했다. 이해인은 "오늘 엄마가 경기를 보러오셨는데, 그동안 큰 힘을 주셔서 감사하다"며 "대회를 잘 마친 만큼 엄마랑 같이 젤라토를 먹으러 갈 것"이라고 했다.
이해인의 피겨 인생은 끝나지 않았다. 그는 다음 달에 열리는 ISU 세계선수권에 출전하고 4년 뒤에 열리는 2030 알프스 동계 올림픽을 향해 다시 뛸 생각이다. 그는 "난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싶다"며 "최근 훈련했던 트리플 악셀도 계속 시도하면서 도전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