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직 종사자인 20대 후반 여성 김모씨는 정규직으로 4년 반 동안 다닌 회사를 퇴사한 후 3년 뒤 재입사했다. 4개월 단기계약직이었다. 김씨는 "취업 준비가 길어지면서 금전적 문제와 공백기 방어용으로 재입사를 결정했다"며 "취업 시장이 어려운 게 (재입사를 결정한) 제일 큰 이유였다"고 했다. 이어 김씨는 "회사에서도 업무할 줄 아는 퇴직자를 원해 먼저 연락이 왔다. 채용 절차도 따로 없어서 입사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퇴사 후 그만둔 회사로 재입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최근 5년간 원래 다니던 직장으로 재입사한 사람만 10만명 이상 증가했을 정도다. 이직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회사는 리스크 최소화를, 구직자는 재입사라는 선택지를 고려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국민의힘 조지연 의원실에서 입수한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퇴사 후 5년 이내 다니던 직장으로 재입사한 사람은 2021년 88만4768명에서 2025년 98만8402명으로 4년 새 10만3634명 증가했다. 11.7% 늘어난 수준이다.
취업시장에서 재입사자가 증가하는 흐름은 외국에서도 나타난다. 글로벌 노동 시장에서는 재입사자를 '부메랑 직원'이라 부르고 있다. 글로벌 HR 테크 기업인 ADP의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 2024년 미국 신규 채용 중 부메랑 직원 비중은 역대 최고치인 35%를 기록했다. 특히 IT 업계의 경우 신규 채용의 68%가 부메랑 직원이었다. 실제로 구글의 경우 지난해 인공지능(AI) 엔지니어 중 20%를 재입사 직원으로 채용했다.
인사관리(HR) 업계에서는 이직 시장이 얼어붙어 재입사자 수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김씨가 겪었던 구직난은 수치로도 확인됐다. 잡코리아가 지난 10일 발간한 HR 머니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퇴사자 수는 줄어들고 이직자도 급감했다. 특히 이직 시장이 경직됐다. 지난 2024년도 퇴사자는 87% 이직에 성공한 반면, 지난해에는 45%만 성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잡코리아 관계자는 "이직 시장 자체가 얼어붙으면서 퇴사 결정 자체가 신중해진 것으로 확인된다"며 "아무래도 이직 시장이 어렵다는 점이 곧 새로운 선택지 대신 재입사도 고려하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진단했다.
몸값 올리기 위해 재입사 선택도…"같은 연차보다 더 좋은 조건"
반면 얼어붙은 채용 시장에 '울며 겨자 먹기'로 재입사를 선택하기보다 몸값을 올리기 위해 다니던 회사로 다시 돌아가는 경우도 있었다. 회사에서 퇴사한 직원을 원해서다.
미디어 종사자인 곽태현(34) 씨는 퇴사했던 회사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 반년 만에 전 회사로 돌아갔다. 곽씨는 "기존 회사에서 이직 후 낸 성과를 보고 같은 연차보다 높은 연봉과 수당 제안해 왔다"며 "당시 회사에서 인력 공백이 발생하면서 근무경력이 있는 숙련된 직원을 필요로 했다. 회사에서 경력 채용 공고를 내고 있었지만 과거 일한 적 있는 직원이 팀을 더 빠르게 안정시키면서 곧바로 성과를 낼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해 제안했다고 나중에 회사에서 알려줬다"고 설명했다.
재취업자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곽씨는 "퇴사 후 이직한 직장이 커리어상 이전 회사보다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들 때 전 마침 회사에서 연락이 왔었다"며 "복귀 후 새 직장에서 쌓은 경험과 이전에 기존 회사에서 일했던 경험을 활용해 예전보다 업무 생산성이 향상됐다. 업무 숙련도가 높았던 만큼 성과를 늘려 커리어를 쌓을 기회를 얻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다만 재입사자를 대하는 회사의 태도는 경향성보다는 개별성이 더 강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울 중견기업의 한 인사 담당자는 "회사의 기조보다는 리더의 성향에 좌지우지되는 편인 거 같다"며 "업무 효율을 더 중시하는 리더인 동시에 일을 잘하고 좋게 나가신 직원이라면 당연히 돌아오는 것에 문제없겠지만, 아무래도 한 번 나갔을 때 로열티가 떨어지는 측면이 있어 어떤 성향의 퇴사자였는지가 중요하게 여겨진다"고 전했다.
"재입사, 그간 국내에선 볼 수 없던 흐름…여러 관점으로 봐야"
이종선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해외에서는 취업시장이 유연해 재입사나 이직이 흔하지만 우리나라는 한번 퇴사하면 다시 그 기업에 들어오기 쉽지 않다. 그간 국내 고용 시장에서 없었던 흐름"이라며 "해외에서는 3년 주기로 회사를 바꿔 몸값을 올리는 경향이 뚜렷하다. 특히 혁신을 중시하는 IT 기업의 경우 퇴사해 다른 업종에서 커리어를 쌓은 직원이 노하우를 가진 경우가 많아 재입사 제안을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교수는 "지표를 더 자세히 세분화해 볼 필요가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경력 채용 선호 현상이 나타나면서 퇴사자의 개인적인 문제가 없다면 재입사를 제안하거나 전반적으로 요즘은 한 회사에 오래 머무르지 않고 자기 몸값을 높여서 이직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향성이 변화의 한 부분을 차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진단했다. 그는 "기술적인 측면에서 IT 계통의 새로운 수요와 맞물리면서 나타나는 현상일 수도 있다. IT는 여러 회사에서 노하우를 쌓은 사람을 이종 배합처럼 서로 다른 기술을 가진 사람 2명을 확보하는 효과가 있지 않나 싶다"고 부연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