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 공부합시다] 고용과 물가 안정, 두 마리 토끼 잡을 수 없을까

입력 2026-02-23 09:00
수정 2026-02-26 09:56
“높아지는 실업률” “소득은 제자리, 물가는 고공행진” 신문이나 뉴스를 보면 자주 등장하는 표현들입니다. 정책당국은 이러한 뉴스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실업률 높고, 물가 오르면?사람들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지 못하면 소득이 감소합니다. 소득이 감소하면 소비 지출이나 자기 계발 등을 위한 다양한 경제활동에도 제약이 발생하며, 가계 생활도 힘들어집니다. 그런데 여기에 물가상승까지 겹치면 상황은 더욱 악화합니다. 식료품과 외식비, 교통비, 주거비 등 필수 생활비가 오르면, 소득은 그대로인데 지출 부담만 커져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실업률과 물가의 상승은 국민 삶의 질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됩니다.

이를 수치로 나타낸 것이 바로 ‘경제고통지수’입니다. 경제고통지수는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적 부담의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로, 미국의 경제학자 아서 오쿤이 고안했습니다. 물가상승률(소비자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을 더해 계산합니다. 만약 한 나라의 물가상승률이 5%이고 실업률이 5%이면, 경제고통지수는 10이 됩니다. 이 지수가 높아질수록 국민이 느끼는 경제적 고통이 크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정책당국은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을 동시에 낮추고 싶어 합니다.시대에 따라 달라진 필립스 곡선 하지만 고용과 물가 안정,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없다고 말한 경제학자가 있었습니다. 영국의 경제학자 윌리엄 필립스는 ‘필립스 곡선’(그림)을 통해 실업률이 낮을수록 명목임금 상승률이 높고, 실업률이 높을수록 명목임금 상승률이 낮아지는 음(-)의 상관관계를 제시했습니다. 명목임금 상승은 기업의 비용 증가로 이어져 물가상승을 유발하므로, 후대에는 필립스 곡선이 물가상승률과 실업률 사이의 관계를 나타내게 됩니다.

필립스 곡선은 경기침체기에는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물가상승을 감수해야 하고, 경기호황기에는 물가 안정을 위해 어느 정도의 실업률을 희생해야 한다는 이론적 뒷받침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1970년대 오일쇼크에 따른 공급 충격으로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실업률과 물가가 동시에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나면서 필립스 곡선의 한계도 드러났습니다.

또한 밀턴 프리드먼을 비롯한 경제학자들은 기대 인플레이션율을 통해 단기와 장기 필립스 곡선으로 구분했습니다. 만약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리면, 단기에는 실업률이 낮아지고 물가상승률은 높아질 것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노동자들이 물가상승을 인식하면서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상승하고, 이에 따라 명목임금 인상을 요구해 낮아졌던 실질임금은 다시 이전 수준으로 돌아갑니다. 그 결과 고용은 감소하고 실업률은 이전 수준으로 회귀합니다. 이에 따라 장기에는 실업률은 변하지 않고 물가만 상승해 필립스 곡선은 수직선이 됩니다.

필립스 곡선을 둘러싼 논쟁은 현재진행형이지만, 고용과 물가 안정이 정책당국의 핵심 목표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따라서 고용과 물가 중 어떤 것을 우선할지, 그리고 정책이 한쪽으로 치우치면 발생할 부작용은 무엇인지 균형 있게 고려해 거시경제정책을 운용해야 합니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