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여간 쉽지 않다'는 매우 쉽다는 뜻이죠

입력 2026-02-23 09:00
수정 2026-02-23 15:17

“요즘 생활물가가 무섭다. 환율도 급변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로 값싸고 질 좋은 제품을 수출하는 것이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대외 경제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요즘이다. 이에 따라 제조업 강국으로 통하던 한국이 경쟁력을 지키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 문장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표현상 오류가 있다.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부분을 잘못 썼다.‘여간’은 ‘보통’이란 의미의 한자어‘여간 ~하지 않다’ ‘여간 ~ 아니다’란 문구가 있다. 이 표현은 문장 안에서 늘 서로 짝을 이뤄 쓰인다. 이런 말을 ‘구조어(짝말)’라고 한다. 이들은 서로 앞뒤에 놓여 어떤 의미를 나타내는데, 이때 짝을 이루는 특정한 말이 오지 않고 다른 말이 쓰이면 문장을 어색하게 만든다. 구조어의 결합 방식은 ‘부사어-서술어’ 관계로 나타나는 게 전형적이다. 예컨대, ‘여간 ~ 아니다’를 비롯해 ‘~로 하여금 ~하게 하다’ ‘자칫 ~하기 쉽다(하게 된다)’ ‘얼마나 ~한지(할까)’ 같은 식이다.

‘여간 ~ 아니다’ 구성에서는 ‘여간(如干)’이란 말이 어렵다. 얼핏 보기엔 순우리말 같지만 한자어다. 품사는 부사로, ‘(주로 부정의 의미를 나타내는 말과 함께 쓰여) 그 상태가 보통으로 보아 넘길 만한 것임’을 나타내는 말이다. ‘-하다’ 접미사를 붙여 ‘여간하다’라고 하면 ‘이만저만하거나 어지간하다’란 뜻이다. 기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 보통에 가까운 것임을 가리킨다. 어떤 특성을 지닌 사람을 뜻하는 ‘-내기’와 어울려 ‘여간내기’라고 하면 ‘만만하게 여길 만큼 평범한 사람’이란 뜻이다. 보통내기, 예사내기도 같은 말이다.

이 ‘여간’은 ‘여간 ~하지 않다’ 식으로 부정어와 함께 쓰여 의미를 강조하는 표현이다. 즉 ‘대단히 ~하다’란 뜻이다. 이에 따라 중간에 들어가는 말은 의미에 맞게 넣어야 하는데, 이 용법을 정확히 모르면 자칫 엉뚱한 표현이 돼 의미가 통하지 않게 된다.

관용구로 ‘여간(이) 아니다’라고 하면 ‘보통이 아니고 대단하다’란 뜻이다. 가령 “그이는 말재간이 여간 아니다”라고 하면 말재간이 대단하다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여간 다부진 게 아니다” “여간 쉽지 않다”는 각각 ‘매우 다부지다’ ‘매우 쉽다’란 의미를 지닌다. 그러니 맨 앞 사례의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는 ‘매우 쉬운 일이다’라는 뜻이 돼 잘못된 표현이다.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해야 할 곳이다.‘하루가 멀다고’는 ‘매일같이’란 뜻#세상을 요지경으로 만드는 결정적 장면들은 대개 정치판에서 나온다. 하루가 멀다 않고 터져 나오는 비리와 불법, 갑질과 막말, 파렴치한 짓들이 머리를 어지럽게 만든다.

#유가가 하루가 멀다 않고 날마다 폭등하자 고유가로 인한 경기 침체론에 점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런가 하면 관용구에 임의로 부정어를 넣어 의미를 비틀어 쓰는 경우도 있다. 우리말에 “하루가 멀다고” “하루가 멀다 하고”라는 관용구가 있다. 관용구란 2개 이상의 단어로 이루어져 있으면서 그 단어들의 의미만으로는 전체 의미를 알 수 없는, 특수한 의미를 나타내는 어구(語句)를 말한다. “손(이) 크다”고 하면 ‘씀씀이가 후하고 넉넉하다’, “발이 넓다”는 ‘사교적이어서 아는 사람이 많다’를 뜻하는 것 따위다.

‘하루가 멀다 하고’는 순우리말인 데다 모두 일상적으로 쓰는 쉬운 말로 구성된 관용구다. ‘거의 매일같이 자주’라는 뜻으로 쓰는 말이다. 그런데 의외로 이 말의 용법을 잘못 쓰는 이들이 많다. ‘하루가 멀다 않고’ 식으로 부정어를 넣어 쓰는 경향이 있다. 아마도 뜻을 강조하는 표현으로 착각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의미를 자세히 보면 ‘자주, 수시로’, 즉 ‘하루조차 멀게 느껴지게’란 의미를 담아야 하므로 ‘하루가 멀다 하고’로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