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에게 영혼을 판다 해도 돌아갈 수 없는 열일곱, 열여덟, 열아홉의 날들.’
<디어 마이 송골매>의 등장인물 미호가 수십 년 만에 찾은 고등학교 교정에 망연히 앉아 읊조리는 말이다. ‘생글생글’ 친구들은 지금 어른들이 너무도 돌아가고 싶은 그 시절을 사는 중이다. 소설 속 네 주인공은 꿈 많은 소녀를 지나 중년이 되었다. 그 시절 어떤 꿈을 꾸었고,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BTS를 비롯해 한국 아이돌들이 전 세계에서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오늘에 이르기까지 음악의 전설들이 면면히 발판을 다져왔는데, ‘송골매’의 공도 지대하다. 록밴드 송골매는 1979년 결성해 1991년 해체하기까지 9개의 앨범을 발표했다.
<디어 마이 송골매>를 쓴 이경란 작가는 실제로 소녀 시절 송골매의 골수팬이었다. 어릴 때처럼 오빠들의 ‘리사이틀’을 보고 싶다는 막연한 바람으로 이 소설을 쓰던 중 실제로 2022년 송골매 재결합 ‘콘서트’가 열렸다.
2018년 문화일보로 등단한 이경란 작가는 연세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기자로 일했다. 작품집 <빨간 치마를 입은 아이> <다섯 개의 예각> <사막과 럭비>와 장편소설 <오로라 상회의 집사들> <디어 마이 송골매>를 발간했다. 최근 작품집 <소년들은 자라서 어디로 가나>를 펴내기까지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오는 중이다.
“2022년 9월 11일 오후, 나는 올림픽공원을 서성이고 있었다”라는 작가의 말을 통해 송골매 콘서트에 참석했음을 알린 이경란 작가는 이듬해 여름 <디어 마이 송골매>를 발표했다. 송골매는 몰라도 1990년부터 지금까지 MBC 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진행하는 배철수를 아는 사람은 많을 텐데, 그는 송골매에서 기타 연주와 보컬을 맡고 있다.사랑하는 멤버가 다른 네 친구내가 좋아하는 스타를 위해 기억에 남는 일을 하는 사람이야말로 성덕이 아닐 수 없을 텐데, 송골매의 성덕이 된 작가의 작품 속 그 시절 소녀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꿈 많던 시절을 훌쩍 지나 아줌마가 된 홍희, 식당에서 일하고 있으며 아들 마루가 송골매처럼 밴드 활동을 하고 있다. 생활은 넉넉하지 않지만 늘 씩씩하다. 송골매의 구창모 팬이었다.
전업주부 미호는 부자 남편과 골프장 나들이를 하는 등 부족함 없이 살지만 늘 우울하다. 배철수 팬이었다.
공부를 잘해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한 은수, 딸 교연이까지 공부를 잘해 해외 명문대학에 장학생으로 가게 되었다. 하지만 은수가 췌장암 선고를 받자 딸은 유학을 포기한다. 이봉환을 좋아했다.
기민의 수학 점수는 노상 15점이었다. 이상욱 선생님에게 야단맞으면서도 발랄 무쌍했던 기민, 송골매 멤버 모두를 좋아해 용돈이 남아나지 않았다. 친구들과 달리 멤버 전체의 독사진을 사야 했기 때문이다. 수학을 너무 못해 수학 선생님한테 찍혔던 기민은 놀랍게도 수학 선생님과 결혼했다. 29세의 이상욱 선생님과 19세 기민이 후일 연애를 시작해 결혼에 이른 것이다.빛나는 그 시절로 돌아가다고등학교 졸업 후 각자의 길로 간 넷은 바쁘게 사느라, 또 오해가 쌓여 연락하지 않고 지낸다. 송골매 재결합이라는 빅뉴스를 따로따로 접한 넷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기민은 결혼 30주년 기념으로 남편이 오래전 예약한 크루즈 여행을 포기한다. 남편을 설득하기 힘들자 가출까지 감행할 정도로 송골매에 진심이다.
홍희는 식당 단골인 탐정에게 연락이 끊어진 은수를 찾아달라고 부탁해 산사에서 요양 중인 친구를 찾아낸다. 홍희와 미호의 오해가 풀리고, 은수의 췌장암이 오진이었다는 사실도 밝혀진다. 70대를 바라보는 송골매 멤버들의 공연을 보며 여고 시절로 돌아간 네 친구는 폴짝폴짝 뛰며 좋아한다.
소설 속에 계속 소개하는 송골매의 노랫말이 등장인물들의 심경을 대변한다. 깊이 있는 가사를 음미하는 일에서 인생 여정을 담은 다채로운 삶의 색채를 탐구하기까지 <디어 마이 송골매>는 풍요롭게 그려낸다. 세파에 찌든 중년에도 빛나는 시절과 좋아하는 스타를 품고 있다는 건 얼마나 신기하고 신선한 일인가.
<디어 마이 송골매>는 아름답고 설레는 틴에이저에게 열심히 공부하고, 신나게 지지하고, 마음껏 부르짖으라고 권하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