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8일 SNS를 통해 제안한 ‘설탕세’는 세계 120여 개국이 도입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16년 국민 건강 보호를 위한 설탕세 도입을 권고하면서 유럽을 중심으로 도입 국가가 크게 늘었다. 과도한 설탕 섭취로 인한 비만과 질병을 줄이는 동시에 세수도 기대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설탕 소비량이 많은 저소득층의 부담이 커지는 ‘역진성’과 물가 상승 우려 등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2026년 1월 29일 자 한국경제신문-
이재명 대통령이 설탕세를 거둬 지역·공공의료에 투자하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담뱃세처럼 건강에 해로운 소비를 억제해 비만과 만성질환을 낮추고, 장기적으로는 건강보험 지출 등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방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하지만 먹거리가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저소득층에게 많은 피해가 돌아가고, 물가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찮습니다.
설탕세는 이미 120여 개국이 도입한 만큼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는 아닌데요, 오늘은 설탕세가 왜 등장했고 어떤 경제학적 원리가 담겨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설탕세는 설탕(당류)이 많이 들어간 음료·식품에 세금을 부과하는 정책입니다. 결국 가격이 올라가 사람들이 해당 식품을 ‘덜 사 먹는’ 효과가 나타납니다. 이런 세금을 경제학에선 ‘죄악세(sin tax)’라고도 부릅니다. 술이나 담배, 도박 등 사회나 타인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재화 또는 서비스에 붙이는 세금이지요.
정부가 설탕세를 매길 수 있는 경제학적 근거는 설탕 소비가 ‘부정적 외부효과’를 가졌기 때문입니다. 외부효과는 한 경제주체의 생산이나 소비 행위가 제3자(타인)에게 의도하지 않은 이익이나 손해를 끼치면서도, 그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나 대가를 주고받지 않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부정적 외부효과는 그 행위가 사회 전체적 손실로 이어집니다.
설탕이 든 음료를 많이 마시면 당장 기분은 좋지만, 장기적으로 비만·당뇨 같은 질병 위험이 커집니다. 문제는 이 비용의 일부를 개인이 아니라 사회가 부담한다는 점입니다. 사회 전체의 생산성이 떨어지고, 공공의료나 건강보험 지출이 늘어나는 거죠.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은 2016년 기준 비만에 따른 직접비용(의료비용)이 4807억달러, 간접비용(만성질환으로 인한 생산성 손실)이 1조2400억 달러(약 1784조원)로 국내총생산(GDP)의 9.3%에 달했습니다. 건강보험정책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역시 비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총비용이 2006년 4조7654억원에서 2015년 9조1506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부정적 외부효과를 지닌 재화나 서비스는 시장가격에 ‘진짜 비용’이 전부 반영돼 있지 않습니다. 이로 인해 사회적으론 ‘너무 많이’ 소비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때 외부 이용만큼 세금을 매겨 시장가격을 ‘교정’하는 해법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이를 제안한 경제학자 아서 피구의 이름을 따 ‘피구세(Pigouvian tax)’라고 부릅니다. 설탕세는 바로 이 논리에 기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설탕세는 소비를 줄이는 효과를 낼 수 있을까요? 설탕세의 효과는 ‘가격탄력성’에 좌우됩니다. 일반적으로 세금이 붙으면 가격이 오르고, 수요는 줄어듭니다. 탄력성은 가격, 소득 등 한 경제 변수(원인)가 1% 변할 때 수요량이나 공급량(결과)이 몇 % 변하는지 나타내는 민감도 지표입니다. 탄력성이 크면 1%의 가격변화에도 소비가 크게 줄고, 탄력성이 작으면 소비 감소가 제한적이지요.
세계적으로 설탕세가 주로 ‘음료’에 먼저 적용돼온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음료의 경우 물이나 무가당 음료 같은 대체재가 비교적 많습니다. 이 때문에 가격이 오르면 소비의 대상을 비교적 쉽게 옮길 수 있지요.
영국은 가당 음료에 설탕세를 부과해 효과를 봤습니다. 비만율이 가파르게 오르자, 영국 정부는 2017년 설탕세의 일종인 청량음료산업부담금을 도입했습니다. 가당 음료에 첨가한 당의 함량에 따라 세금을 매겼습니다. 이 부담금 도입 이후 영국인이 청량음료로 섭취하는 설탕량이 평균 21%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하지만 설탕세가 긍정적인 면만 갖고 있는 건 아닙니다. 가장 큰 쟁점은 역진성(逆進性)입니다. 설탕세는 부가가치세처럼 소득이나 재산에 상관없이 같은 세율이 붙습니다. 같은 세율이라도 소득이 낮을수록 소득 대비 세 부담은 커집니다. 특히 저소득층일수록 상대적으로 저렴한 고당 제품을 더 많이 소비하는 경향이 있을 수 있어 ‘서민 증세’가 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또 다른 쟁점은 물가에 미칠 파장입니다. 설탕세가 도입되면 당류가 포함된 식료품 가격이 인상될 수밖에 없고, 이는 소비자가 체감하는 장바구니 물가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음료·간편식처럼 일상적으로 소비되는 품목에 세금이 붙을 경우 체감물가 상승효과는 더 크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NIE 포인트
1. 설탕 소비가 왜 부정적 외부효과를 낳을까?
2. 외부효과를 교정하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나?
3. 설탕세는 왜 ‘역진성’을 가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