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새벽 배송 허용해야 하나 [시사이슈 찬반토론]

입력 2026-02-23 09:00
수정 2026-02-23 15:18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지난 8일 고위 협의회를 열어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은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에 대해 ‘0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시간 제한’ 규정을 두고 있다. 최근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한 쿠팡은 새벽 배송을 하고 있지만, 대형마트는 영업시간 규제로 새벽 배송을 제한하는 것은 역차별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시점이다. 이와 관련해 대형마트 업계는 법 개정을 환영하는 반면 소상공인·자영업자는 골목상권 침해를 우려하며 반대하고 있다. 민주노총 마트산업노동조합도 노동자 건강권 침해를 이유로 국회 앞에서 반대 집회를 열었다. ‘소비자의 편익과 공정한 경쟁’을 강조하는 찬성 측과 ‘골목상권 보호와 노동자 건강권 침해’를 우려하는 반대 측의 의견을 자세히 들어보자.[찬성] 현대 소비패턴과 동떨어진 낡은 규제…공정경쟁 유도해 부작용 방지 가능
유통산업발전법은 유통 시장의 본질적인 지각변동을 반영해야 한다. 과거 법 제정 당시에는 경쟁 구도가 ‘대형마트 vs 전통시장’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오프라인 vs 온라인’의 대결로 완전히 바뀌었다. 대형마트에 적용되는 영업시간 제한과 배송 금지는 현대 소비 패턴과 동떨어진 낡은 규제다.

소비자 주권과 후생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라도 마트의 새벽 배송을 허용해야 한다. 맞벌이 가구와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밤늦게 주문해 아침 일찍 물건을 받는 새벽 배송은 이제 필수적인 서비스다. 대형마트 점포를 배송 거점으로 활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소비자가 누릴 수 있는 선택의 폭을 인위적으로 축소하고 편익을 막는 행위다.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역차별을 해소하고 공정경쟁 환경을 조성한다는 측면에서도 규제는 풀어야 한다. 지금은 쿠팡과 마켓컬리 같은 온라인 업체가 아무 제한 없이 새벽 배송을 하고 있지만, 대형마트는 법에 묶여 밤에는 배송할 수 없다. 똑같이 물건을 파는데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는 것은 ‘역차별’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e커머스 기업들은 물류센터를 기반으로 365일 24시간 배송하며 급성장했지만, 대형마트는 규제에 묶여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다. 이는 동일 기능·동일 규제의 원칙에 어긋나는 전형적인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대형마트의 물류 거점 활용을 허용하는 것은 특혜가 아니라 불합리한 족쇄를 풀어 기업들이 공정하게 경쟁하게 하는 정상화 과정이다.

새벽 배송 허용은 지역 경제 활성화와 고용의 질적 개선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대형마트 점포를 물류 거점으로 전환하면 지역 내에서 배송, 검수, 재고 관리 등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 또한 마트에 입점한 중소 상공인과 납품 농어민에게도 새벽 배송이라는 강력한 유통 채널이 열리면서 매출 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는 침체된 오프라인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는 촉매제가 될 것이다. [반대] 골목상권의 보루 무너뜨리는 처사…노동자 휴식권도 심각한 침해 우려 소상공인의 피해와 노동자의 건강권을 감안할 때 새벽 배송 허용은 신중해야 한다. 전통시장과 동네 슈퍼마켓 등 골목상권이 무너질 위험이 크다. 대형마트가 새벽 배송까지 장악하면 사람들이 집 근처 작은 가게를 이용할 이유가 점점 사라지면서 근거리 배송의 우위를 점한 대형마트가 지역 상권을 완전히 장악할 것이다. 유통산업발전법은 원래 거대 자본을 가진 대형마트로부터 영세한 상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최소한의 안전망’이다. 이 규제를 풀면 가뜩이나 힘든 소상공인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려 지역 경제의 뿌리가 흔들릴 수 있다.

경제 효율성이 사회적 약자의 생존권보다 우선시될 수는 없다. 대형마트의 새벽 배송 허용은 단순히 배송 시간을 늘리는 문제가 아니다. 이는 지난 10여 년간 우리 사회가 합의해온 ‘상생’의 가치를 훼손하고 골목상권의 마지막 보루를 무너뜨리는 위험한 시도가 될 수 있다. 우리는 효율성이라는 명분 뒤에 숨겨진 사회적 비용을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노동자의 건강권과 휴식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도 우려된다. 새벽 배송의 확산은 필연적으로 심야 노동의 상시화를 수반한다. 이미 택배 및 물류 업계에서 심야 노동으로 인한 과로사와 건강 악화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상황이다. 오프라인 매장 인력을 배송 업무에 투입하거나 심야 근무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노동 강도는 높아지고 삶의 질은 급격히 나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배송 속도 경쟁에 대형마트까지 가세하는 것이 과연 우리가 지향해야 할 미래인지 의문이다.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 완화는 쿠팡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 대책이 아니다. 온라인 업체의 독점을 막기 위해 대형마트 규제를 푼다는 것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될 수 있다. 오히려 거대 온라인 플랫폼의 불공정행위를 직접 규제하고 전통시장이 온라인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대책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 생각하기 - 규제 불균형은 해소…전통시장 지원책 마련해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대형마트의 새벽 배송 영업 허용 여부를 오는 2분기에는 결론 낸다는 방침이다. 김동아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SSM)에 대해 현재 시행 중인 오프라인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은 유지하되, 온라인 배송은 제한 없이 허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초 유통산업발전법은 전통시장 보호를 목적으로 도입됐지만 오히려 규제 사각지대에 있던 쿠팡 등 대형 온라인 플랫폼만 비정상적으로 성장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 사실이다.

이미 온라인 업체가 골목상권 곳곳을 점유한 상황에서 대형마트 규제를 지속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보다는 법 개정 때 피해를 볼 수 있는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육성·지원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서정환 논설위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