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 '커플 산행' 나섰다가 혼자 돌아온 남성…과실치사 혐의 기소

입력 2026-02-19 19:39
수정 2026-02-19 19:40

오스트리아 남성이 알프스 등산 중 정상 인근에 탈진한 여자친구를 두고 내려왔다가 중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됐다.

18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케르슈틴 G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33세 여성이 지난해 1월 18일 남자친구인 토마스 P와 함께 오스트리아 최고봉 그로스글로크너(3798m) 산행에 나섰다가 다음 날 새벽 악천후 속에 저체온증으로 사망했다.

현지 검찰은 더 숙련된 등산가인 토마스가 이번 산행에서 책임 있는 가이드 역할을 한 셈이지만 무리한 계획 수립부터 때늦은 구조 요청까지 과실을 저질렀다고 보고 중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토마스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며, 그의 변호인 쿠르트 옐리네크도 케르슈틴의 사망은 '비극적 사고'라고 주장했다.

BBC에 따르면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검찰 주장대로 피고인이 여자친구와 달리 고고도 알프스 등산을 여러 차례 경험했고 이번 여행을 계획한 사람인 만큼 '책임 있는 가이드'로 간주해야 하는지다.

검찰은 여자친구가 알프스 등산 경험이 없고 겨울이라 기상이 좋지 않은데도 피고인이 산행을 계획했다고 지적했다. 또 두 시간 늦게 출발했고 비상 야영 장비도 갖추지 않았다고 봤다.

반면 토마스의 변호인은 성명을 통해 "커플이 함께 산행을 계획했다. 둘 다 충분한 경험이 있고 적절한 장비를 갖췄다고 믿었으며 신체 상태도 좋았다"고 반박했다.

구조 요청에 대한 주장도 엇갈린다고 BBC는 전했다.

검찰은 커플의 발이 묶인 게 저녁 8시 50분인데도 피고인이 경찰에 전화하지 않았고, 밤 10시 50분 인근 상공을 지나는 경찰 헬기에 조난 신호를 보내지 않았다고 봤지만, 피고인 측은 커플 모두 괜찮았다가 상황이 급격하게 악화했다고 반박했다. 여자친구가 갑자기 급격한 탈진 징후를 보여 피고인이 깜짝 놀랐다는 주장이다.

피고인은 다음날 0시 35분 경찰에 전화해 도움을 요청했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피고인이 이후에 전화를 무음으로 돌리고 일절 받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검찰에 따르면 피고인은 새벽 2시께 여자친구를 두고 내려오면서 알루미늄 구조용 덮개나 다른 보호 장비를 사용하지 않았고, 새벽 3시 30분에야 구조 당국에 신고했다. 당시 강풍으로 구조 헬기가 밤새 뜨지 못했고 케르슈틴은 산에서 숨을 거뒀다.

토마스는 유죄 선고 시 최고 징역 3년 형을 받을 수 있다.

현지 매체 데어슈탄다르트는 토마스에게 유죄가 확정된다면 산악 스포츠의 패러다임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등산객이 동반한 동료에 대해 얼마나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지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