最古 건반악기 파이프오르간의 비밀…기원은 관악기였다

입력 2026-02-19 17:29
수정 2026-02-20 01:14

피아노는 가장 친숙한 건반악기지만, 음악사적 시계로 보면 의외로 늦게 나타난 주인공이다. 여리게(piano)와 세게(forte)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지금의 피아노는 18세기 초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모습을 갖췄다. 건반이라는 외형 아래 조금씩 달랐던 ‘피아노의 친척 악기들’의 계보를 짚어본다.

기원전 3세기 고대 그리스의 ‘히드라울리스’(수압 오르간)에서 유래한 오르간은 건반을 갖췄지만 본질적으로 관악기다. 현의 진동이 아니라 파이프 내부를 통과하는 공기의 흐름으로 소리를 만들기 때문이다. 15세기 이후 서유럽 성당 문화와 함께 비약적으로 발전한 파이프오르간은 가장 오래된 건반악기 중 하나로 손꼽힌다.

오르간은 건반을 누르고 있는 동안 공기가 계속 공급돼 음을 길게 유지할 수 있다. 수천 개의 파이프가 빚어내는 장대한 음향은 오늘날에도 대형 콘서트홀과 성당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오르간 특유의 세계다. 국내에선 롯데콘서트홀(사진), 부천아트센터, 부산콘서트홀 등 파이프오르간을 갖춘 공연장에서 그 압도적인 울림을 만날 수 있다.

14세기에 등장한 클라비코드는 피아노보다 먼저 ‘터치의 섬세함’을 구현한 악기다. 건반 끝에 달린 금속 조각 ‘탄젠트’가 현을 밀어 올리며 소리를 내는데, 연주자가 건반을 누르고 있는 동안 탄젠트가 현에 계속 접촉해 있는 점이 특징이다. 손가락의 미세한 압력 변화가 소리에 반영되며 ‘베붕(bebung)’이라 불리는 독특한 비브라토 효과까지 낼 수 있었다. 그 덕에 클라비코드는 섬세한 타건 능력을 기르는 데 최적의 악기였다.

바로크 시대(1600~1750)를 상징하는 하프시코드(쳄발로)는 피아노와 외형은 비슷하나 원리는 전혀 다르다. 피아노가 해머로 현을 때린다면, 하프시코드는 깃촉(플렉트럼)이 현을 뜯는 발현(發絃) 방식이다. 기타나 하프를 뜯는 것과 같은 원리다. 하프시코드 특유의 명료한 음색은 첼로 등 저음 악기가 연주하는 뼈대 위에 화성을 입히는 ‘통주저음(basso continuo)’ 속에서 빛났다. 저음의 묵직함에 하프시코드의 반짝이는 울림이 더해지면서 바로크 음악 특유의 입체적인 질감과 정교한 리듬이 완성됐다.

19세기 후반 낭만주의 음악의 정점에서 등장한 첼레스타는 발레 ‘호두까기 인형’ 중 ‘사탕요정의 춤’으로 영생을 얻었다. 1886년 프랑스의 오귀스트 뮈스텔이 발명한 이 악기는 피아노의 해머 메커니즘을 그대로 가져오되 현 대신 강철 금속판을 때리도록 설계됐다. 차이콥스키는 그 신비로운 소리에 매료돼 동료 작곡가들이 가로채지 못하도록 비밀리에 첼레스타를 러시아로 들여왔다는 일화를 남겼다. 오케스트라에서 환상적이고 색채감 넘치는 장면을 담당하는 필수적 존재로 자리 잡았다.

이해원 기자 um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