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콘텐츠가 여행 수요를 움직이고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와 유튜브 콘텐츠 예고편 하나가 특정 국가의 검색량과 관련 예약을 단기간에 끌어올리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이른바 '스크린 투어리즘'이 여행 산업의 핵심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이 사랑 통역되나요' 방영 이후 일본, 캐나다, 이탈리아 관련 여행 상품 문의가 급증했다. 하나투어에 따르면 방송 직후 해당 지역 검색 트래픽이 눈에 띄게 늘었고, 일부 상품은 실제 예약으로 빠르게 전환됐다. 설 연휴와 겨울방학 성수기가 맞물린 계절적 요인도 작용했지만, 화면에 담긴 이국적 풍경과 감성적 장면이 여행 심리를 직접 자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업계의 여행 일정 구성도 바뀌고 있다. 하나투어가 선보인 일본 도쿄·가마쿠라·에노시마를 묶은 소도시 연계 상품, 캐나다 로키 자연을 일주하는 항공 패키지, 이탈리아 남북을 종단하는 완전일주 상품 등이 대표적이다. 주요 명소 방문 외에도 '드라마 속 장면’을 경험하려는 수요가 반영되면서 대도시와 소도시를 결합한 일정 구성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유튜브 영향력도 만만치 않다. 트립닷컴이 유튜브 채널 '뜬뜬'의 여행 콘텐츠 '풍향고' 예고편 공개 이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오스트리아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190%, 수도 빈은 260% 급증했다. 같은 기간 오스트리아 항공권 예약도 전월 대비 약 49% 증가했다. 영상 콘텐츠에서 소개된 도시가 ‘버킷리스트’로 연결되는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헝가리와 부다페스트 역시 본격 소개를 앞두고 검색량이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이며 기대감을 반영했다.
이 같은 흐름은 글로벌 트렌드와도 맞닿아 있다. 익스피디아 그룹이 발표한 '언팩 26'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여행객의 53%가 최근 1년간 스크린 투어리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답했다. 특히 한국 여행객의 48%는 TV 프로그램이나 영화에 등장한 장소를 잠재적 여행지로 검색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고, 44%는 실제로 그 지역으로의 여행을 고려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한 콘텐츠 시청 경험을 넘어 실제 여행 계획으로 이어지는 소비 패턴이 확산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MZ(밀레니얼+Z)세대의 81%는 콘텐츠를 기반으로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행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콘텐츠는 지상파 TV 프로그램(59%), 사회관계망서비스(SNS·45%)와 스트리밍 서비스 영화(43%) 순으로 집계됐다. 영화·드라마 촬영지가 새로운 관광 자산으로 재평가되면서 미국에서는 관련 산업이 약 8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잠재력을 지닌 것으로 전망된다.
인바운드(외국인의 한국 여행) 효과도 뚜렷하다.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공개 이후 한국 촬영지와 체험 콘텐츠에 대한 해외 검색량이 급증했고, 케이팝 데몬 헌터스 K-콘텐츠 인기에 힘입어 한국 방문을 고려하는 외국인도 확대되는 추세다. 글로벌 OTA와 항공사 데이터에서도 한류 콘텐츠 공개 직후 한국행 검색량이 급증하는 패턴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콘텐츠 수출이 관광 수출로 이어지는 구조도 가시화되고 있다.
업계는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방송 직후 검색 트래픽 변화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관련 상품 노출을 강화하고, 인공지능(AI) 기반 개인 맞춤 추천을 통해 '영상 속 장면'을 일정에 구현한 기획전을 확대하는 방식이다. 단순 방문이 아니라, 콘텐츠의 감정과 분위기를 재현하는 체험형 상품 설계 경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미디어에 노출된 여행지는 방송 직후 검색량과 예약률이 즉각 상승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화면 속 감동을 넘어 여행지 본연의 매력을 깊이 있게 경험할 수 있도록 관련 상품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