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사이에서 인기 있는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에서 2024년도 당시 12·3 비상계엄 상황을 소재로 한 게임이 업로드됐다. 게임 이용자들은 시민, 경찰, 군인 등으로 역할을 나누어 서로 총을 쏘거나 화염병을 던진다. 로블록스 측은 게임 내 정치적인 묘사가 확인될 경우 삭제 조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19일 한경닷컴 취재 결과 이달 초부터 로블록스 내에서 '그날의 국회'란 이름의 12·3 비상계엄 왜곡 게임이 확산되고 있다. 게임에 접속하면 서울 여의도 국회 앞 거리가 등장하고, 2024년도 비상계엄 당시 계엄사령부 포고령 등이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온다.
게임 이용자들은 시민이나 경찰 기동대, 육군특수전사령부, 국가정보원, 정부 직속 보좌관 등으로 역할을 배정받을 수 있다. 이후 시민과 정부 측으로 팀이 구성돼 서로를 공격한다. 시민 역할의 이용자가 국회 정문으로 이동하면 군인 복장을 한 이용자가 총격을 가하는 식이다. 시민 역할 이용자는 쓰레기를 모아 돈을 얻은 뒤 화염병이나 죽도를 구매해 공격할 수 있다.
해당 게임 운영진은 온라인 메신저 디스코드에 별도의 채널을 만들어 이용자들이 '그날의 국회'에 접속하도록 유도했다. 현재 400여명이 가입한 해당 디스코드 채널은 따로 인증 절차를 거쳐야만 들어갈 수 있다.
운영진은 유료 아이템을 팔아 수익도 냈다. 게임 안에서 운영진은 'AK47 소총', 'PKM 기관총'·'TT-33' 같은 북한군 콘셉트의 총기를 유료 화폐인 '로벅스'를 받고 판매했다.
'애국대학'이란 이름의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보수단체 또한 로블록스에서 계엄을 찬성하는 사이버 집회를 열었다. 이어 윤 전 대통령 지지단체인 '자유대학' 등은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오프라인 행진 나오기 힘든 10대들 모여라'라며 애국대학의 사이버 집회를 홍보하기도 했다.로블록스 국내 10대 이용자 '269만명'…30%로 가장 많아
로블록스 로블록스는 사용자가 직접 게임을 제작하고, 다른 사용자와 공유할 수 있는 사용자생성콘텐츠(UGC) 플랫폼이다. 국내 이용자는 10대가 압도적이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로블록스 최대 이용 연령층은 10대 이하로 31.4%를 차지했다. 로블록스를 이용하는 10대 이하만 총 269만9444명에 다다랐다.
국내 이용자의 로블록스 사용 시간도 길었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간 집계한 '2025년 한국인이 가장 오래 사용한 앱' 순위에서 9위를 달성했고, 국내 이용자 월평균 사용시간은 54억분으로 게임 앱 중 유일하게 10위권 안에 들어갔다.
로블록스 측은 정치적 인물·단체와 관련된 콘텐츠의 논의나 묘사를 금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로블록스는 정치 관련 게임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고, 관련 게임은 삭제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 실제로 로블록스는 지난 2024년 올라온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왜곡한 '그날의 광주' 게임을 삭제한 바 있다. 해당 게임은 광주시민들을 흉악범·폭력단으로 묘사해 계엄군의 폭력이 정당한 행위인 것처럼 제작했다.
로블록스 관계자는 "정치적 인물·단체와 관련된 콘텐츠는 현재 공직에 출마 중이거나 최근 출마한 정치 후보자 및 관련된 슬로건, 선거 캠페인 자료, 집회 또는 행사에 관련된 콘텐츠는 금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게임 출시 전부터 정치적 문제를 확인하고 선제 삭제 조치를 취할 수는 없다는 한계가 있다. 로블록스 측은 "제작자들의 표현의 자유와도 연관돼 있어 특정 콘텐츠를 출시 전부터 금지하는 건 무리가 있다"며 "디스코드 채널을 통해 링크를 전달할 경우 최대한 빠르게 대응하지만 조치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짚었다.
유튜브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확산하는 게임 영상 또한 통제 불가능하다. 일부 유튜버들은 로블록스에 올라온 계엄 왜곡 게임을 생중계해 올리기도 했다. 로블록스 관계자는 "다른 플랫폼에 올라온 로블록스 콘텐츠는 통제 불가능한 부분이라 삭제 조치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