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러시아에서 2022년 3월 철수하며 판매를 중단했지만, 아이폰의 러시아 내 사용 점유율은 30%로 전 브랜드를 통틀어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일반 시민은 3~5년 지난 중고 아이폰을 고집하고 있고, 상류층은 밀수입한 최신 제품을 두 배에 이르는 웃돈을 주고 사고 있다.
19일 시장조사업체 스태트카운터에 따르면 지난달 아이폰의 러시아 모바일 트래픽 점유율은 30.9%로 집계됐다. 공식 판매가 중단된 삼성전자는 19.8%로 2위, 중국 샤오미 17.5%로 3위를 기록했다. 구글 픽셀폰이 7.5%로 4위, 중국 리얼미가 4.5%로 5위를 차지했다.
이는 출하량 기반의 판매 점유율과 상반된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애플과 삼성이 철수하면서, 러시아에는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만 공식 판매를 하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 스마트폰 판매 점유율은 샤오미 28%, 삼성 14%, 테크노 13%, 리얼미 13%, 애플 8%다.
아이폰의 판매 점유율이 낮고, 웹 트래픽이 높은 것은 중고로 아이폰을 이용하는 사용자가 많기 때문이다. 현지 통신업계에선 러시아 국민의 40%가량이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은 완전히 철수한 애플과 달리 비공식 채널을 통해 러시아에서 판매를 이어왔다.
러시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모델은 2019~2021년 출시된 아이폰 11~13이다. 아이폰은 러시아 중고 시장에서 약 1만7000루블(32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아이폰13은 3만5000루블(66만원) 선에서 거래된다. 이는 한국 중고 거래 가격 대비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러시아 통신업계는 아이폰 구매자의 70%가 중고 제품, 나머지가 신제품을 선택하고 있다고 파악한다. 최신 아이폰17 프로(256GB 기준)의 러시아 내 가격은 13만루블(245만원)로 한국(179만원)보다 40%가량 비싸다. 신제품 출시 직후인 10~11월에는 두 배까지 치솟는다.
러시아 내 가격이 높은 것은 애플이 러시아 수출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제품의 대부분은 아이폰 제조공장이 있는 인도에서 흘러 들어가고 있다. 러시아 아이폰 재판매 업체인 리스토어는 “아이폰 17의 러시아 사전 판매량이 전년 대비 66% 급증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애플은 러시아로 아이폰을 수출하는 인도 유통업체를 적발할 경우, 해당 유통사에 손해배상금을 청구하고 제품 공급을 중단한다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