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방식이 바뀌고 있다. 병력과 무기 대신 인공지능(AI)과 데이터, 위성, 드론이 전장의 승패를 좌우하는 시대다.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된 <실리콘밸리와 펜타곤의 비밀 전략실 유닛 X>는 이 거대한 전환의 중심에서 움직인 미 국방부 비밀 조직 ‘유닛 X’의 실체를 내부자의 시선으로 기록한 논픽션이다. 관료주의에 갇혀 있던 군 조직이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과 손잡고 전쟁과 국방 시스템을 어떻게 재설계했는지를 생생하게 추적한다.
이 책은 미 국방부 국방혁신단 ‘유닛 X’를 이끌며 펜타곤과 실리콘밸리의 협력을 설계한 안보·기술 혁신 전문가와, F-16 전투기 조종사 출신으로 국방 딥테크 투자를 주도하는 벤처캐피털리스트가 공동 집필했다. 이들은 기술 기업이 전장의 핵심 인프라로 부상한 과정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는 전쟁 중 끊어진 통신망을 복구했고, AI는 위성 영상을 분석해 타격 지점을 식별하며, 데이터 분석 기업은 실시간 전투 정보를 종합해 ‘적의 다음 움직임’을 예측하는 전쟁의 두뇌 역할을 수행한다. 드론과 초소형 위성, 사이버 기술이 결합된 새로운 전장은 더 이상 상상 속 미래가 아니라 이미 현실이 됐다. 팔란티어와 안두릴, 세일드론 같은 방산 유니콘 기업의 탄생 과정은 전쟁이 군사 영역을 넘어 기술과 자본이 결합한 거대한 산업으로 변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저자들은 이 변화의 중심에 펜타곤과 실리콘밸리의 협력이 있다고 말한다. 유닛 X는 단순히 신기술을 도입하는 조직이 아니라, 스타트업과 군을 연결해 국방 생태계를 재설계한 실험장이었다. 예산 삭감과 조직 내부 반발, 관료주의의 벽을 넘는 과정 또한 상세히 담아내며 혁신이 제도와 충돌할 때 어떤 긴장이 발생하는지 드러낸다.
이 책은 미래 전쟁의 풍경을 넘어 국가 전략과 산업 지형의 변화를 함께 조망한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과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검증된 신기술,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까지 연결하며 기술과 국방의 결합이 만들어낼 새로운 권력 구조를 짚는다. 전쟁을 이해하는 것이 곧 기술과 자본의 흐름을 읽는 일임을 일깨운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