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스페셜 리포트 - 서현정의 글로벌 CSO 열전②
앤 리-제프 모던메도 CSO
‘서현정의 CSO 열전’은 서현정 더보드파트너스 대표가 글로벌 기업의 최고지속가능경영책임자(CSO)와의 심층 대화를 통해 지속가능 경영과 리더십, 그리고 전략의 교차점에서 기업이 어떻게 미래 가치를 창출하는지 탐구하는 기획이다. 한국 기업과 투자자에게 글로벌 ESG 리더십 트렌드와 실전 인사이트를 전달한다. - 편집자 주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둘러싼 논쟁은 ESG의 후퇴처럼 보이기도 한다. 규제는 여전히 강화되고 있지만, 일부 기업은 ESG를 비용이나 보고 부담으로 인식하고 있다. ESG가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인지, 아니면 단순한 규제 대응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지난 40여 년간 화학과 바이오 산업의 전환을 현장에서 직접 이끌어 온 글로벌 리더의 시각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앤 리-제프(Ann Lee-Jeffs)는 지난 40년 동안 글로벌 제약·화학·바이오 산업의 중심에서 지속가능성을 단순한 환경 관리가 아니라 제품 혁신, 공정 혁신, 그리고 자본 전략의 핵심 요소로 통합해 온 실무형 리더다. 그는 글로벌 제약회사, 바이오 소재 기업, 그리고 투자 시장과 연결된 지속가능성 리더십을 통해 산업 전환의 실제 메커니즘을 경험해 왔다.
이번 인터뷰에서 앤은 지속가능성이 어떻게 기업 경쟁력과 직접 연결되는지, 특히 화학과 바이오 산업에서 지속가능성이 어떻게 제품, 운영, 그리고 자본 전략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는지에 대해 통찰을 공유했다.
인터뷰: 서현정 × Ann Lee-Jeffs
“지속가능성은 보고가 아니라, 경쟁력을 설계하는 방식입니다”
서현정: 최근 ESG의 실효성에 대한 논쟁이 많은 상황입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지속가능성의 역할은 어떻게 진화하고 있다고 보나요.
앤: 지속가능성의 역할은 본질적으로 변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기업들이 그것을 바라보는 관점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지속가능성을 주로 규제 대응이나 리스크 관리의 관점에서 접근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점점 더 많은 기업이 지속가능성을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는 특히 화학과 바이오 산업에서 분명하게 나타납니다. 이 산업에서 지속가능성은 단순히 배출을 줄이거나 폐기물을 관리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제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어떤 원료를 사용하는지, 그리고 어떤 공정을 통해 생산되는지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하는 과정입니다. 지속가능성은 더 이상 운영의 마지막 단계에서 관리하는 문제가 아니라, 제품과 공정을 처음부터 어떻게 설계하느냐의 문제입니다.
서현정: ‘경쟁력으로 작동하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과 ‘형식에 머무르는 지속가능성’을 가르는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앤: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지속가능성이 보고 기능에 머무르는지, 아니면 실제 운영과 자본 의사결정에 통합되어 있는지입니다. 형식적인 지속가능성 기능은 주로 공시, 평가 점수, 그리고 외부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합니다. 이러한 활동은 투명성을 높이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을 바꾸지는 못합니다. 반면, 경쟁력을 강화하는 지속가능성은 제품 설계, 제조 공정, 공급망 구조, 그리고 자본 투자 결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어 녹색 화학(Green Chemistry)을 적용하면 생산 공정이 단순화되고, 수율이 개선되며, 폐기물과 에너지 사용이 감소합니다. 이는 단순히 환경 영향을 줄이는 것을 넘어 생산 비용을 낮추고 운영 안정성을 높이며 장기적인 수익성을 개선합니다. 또한 지속가능성 목표가 자본 비용과 직접 연결될 때, 이는 더 이상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라 명확한 재무 전략이 됩니다. 지속가능성이 기업의 경쟁력이 되기 위해서는, 그것이 별도의 기능이 아니라 공정·운영·금융 의사결정의 일부가 되어야 합니다. 그 순간 지속가능성은 비용이 아니라 효율성과 회복력, 그리고 장기 가치 창출의 동인이 됩니다.
서현정: 화학과 바이오 산업에서 ‘녹색 화학(Green Chemistry)’이 중요한 개념으로 언급됩니다. 이것이 기업 경쟁력과 어떻게 연결된다고 생각하나요.
앤: 녹색 화학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더 나은 제품과 더 효율적인 공정을 만들기 위한 접근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공정에서 사용하는 유해 물질을 줄이면 폐기물 처리 비용이 감소하고, 생산 효율성이 향상되며, 공급망 리스크도 줄어듭니다. 이는 단순한 환경적 이익을 넘어 명확한 경제적 이익으로 이어집니다.
또한 제품 개발 초기 단계에서 이러한 접근을 적용하면, 향후 규제 변화에도 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이는 기업이 미래의 리스크를 줄이는 동시에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많은 기업이 이러한 접근이 장기적으로 더 효율적이고 경제적이라는 점을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지속가능성은 이제 자본 비용에 직접 영향을 미칩니다”
서현정: 테바(Teva)에서 지속가능 연계채권(Sustainability-Linked Bond)을 추진하신 경험은 지속가능성과 자본 시장의 연결을 보여주는 사례로 보입니다.
앤: 그 경험은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었습니다. 지속가능 연계채권(SLB)은 지속가능성 목표 달성 여부가 기업의 자본 비용과 직접 연결되는 구조입니다. 이는 지속가능성이 단순한 보고나 평판 관리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재무 성과와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투자자들은 점점 더 기업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지를 중요하게 보고 있습니다. 이는 리스크 관리뿐 아니라, 기업의 미래 성장 가능성과도 직접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지속가능성은 이제 투자자와 기업 간 중요한 공통 언어가 되고 있습니다.
서현정: 이러한 변화 속에서 기업의 이사회와 경영진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앤: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성을 별도의 기능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기업 전략의 핵심 요소로 통합하는 것입니다. 이는 제품 개발, 운영, 투자, 그리고 자본 배분에 이르기까지 모든 주요 의사결정에 지속가능성을 반영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사회와 경영진은 단기적인 성과뿐 아니라 장기적인 경쟁력을 고려해야 합니다. 그리고 지속가능성은 기업의 장기적인 성공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입니다. 지속가능성은 더 이상 선택 사항이 아니라, 기업이 미래에도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전략적 요소입니다.
서현정: SW2의 창립자 및 대표로서 글로벌 CSO 네트워크를 이끌고 계신데 CSO의 역할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다고 보나요.
앤: CSO의 역할은 분명히 변화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ESG 공시와 리스크 관리가 주요 역할이었다면, 오늘날 선도적인 기업에서는 CSO가 자본 배분, 공급망 전략, 제품 개발, 그리고 운영 의사결정에 직접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는 기업들이 지속가능성을 평판 관리가 아니라 비용 구조와 운영 안정성, 그리고 장기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인식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가장 효과적인 CSO일수록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운영책임자(COO), 그리고 연구개발(R&D) 조직과 긴밀하게 협력하며 지속가능성을 실제 비즈니스 성과와 연결시키고 있습니다. 앞으로 CSO의 역할은 보고자가 아니라 조직 전반을 연결하는 전략적 통합자로 더욱 발전할 것입니다.
서현정의 코멘터리 | ESG의 후퇴가 아니라, ‘경쟁력의 언어’로 진화하다
ESG에 대한 피로감은 지속가능성의 종말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이 본래 있어야 할 자리, 즉 기업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언어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속가능성은 더 이상 보고서에서 완성되는 결과물이 아니다. 그것은 제품이 설계되는 순간, 공급망이 구축되는 순간, 그리고 자본이 배분되는 순간 이미 기업의 미래를 형성하는 전략적 선택이다. 특히 테바파마슈티컬(Teva Pharmaceutical)의 지속가능 연계채권(SLB) 사례는 중요한 전환점을 보여준다. 지속가능성은 더 이상 비용이나 선언이 아니라 자본 비용과 기업 가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재무적 변수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이는 지속가능성이 ‘책임의 영역’을 넘어 ‘경쟁력의 구조’로 이동했음을 의미한다.
한국 기업들은 지금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ESG를 보고와 규제 대응의 프레임에 머물게 할 것인지, 아니면 제품, 운영, 투자, 그리고 이사회 의사결정 전반에 통합된 전략으로 재정의할 것인지에 따라 미래 경쟁력은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이다.
결국 미래를 결정짓는 차이는 ESG를 얼마나 잘 보고하는가가 아니라 지속가능성을 얼마나 깊이 기업의 전략과 자본 배분에 통합하는가에 달려 있다. 지속가능성은 의무가 아닌 미래의 승자를 가르는 설계도다.
서현정 더보드파트너스 대표
현재 더보드파트너스 대표로서 이사회, 최고경영진, 사외이사 후보를 대상으로 지속가능 경영 및 리스크, 거버넌스 교육·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전 삼성전자 지속가능경영 상무, 글로벌 컨설팅사 ERM 한국대표, 한화자산운용 글로벌 전략팀장, UN PRI 한국 대표 매니저를 거친 지속가능 전략 및 거버넌스 전문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