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너지공단이 산업단지 태양광 확산과 기업 설비 효율 개선을 양대 축으로 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기 생산 기반을 넓히는 동시에 산업 현장의 전력 사용을 줄이는 구조를 함께 설계하는 전략이었다. 마을 단위 발전사업부터 중소·중견기업 맞춤형 투자 지원까지 사업 범위를 넓히며 생산과 소비 전반에서 변화를 끌어내고 있다. ◇ 태양광 보급 산단·농촌 동시 공략공단이 특히 역량을 집중하는 분야는 산업단지 태양광이다. 2024년 기준 전국 산업단지에 설치된 태양광 설비는 2.86GW(기가와트), 누적 1만2545개에 달한다. 이미 조성된 산업단지 부지를 활용하는 만큼 인허가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고 주민 수용성도 쉽게 확보할 수 있다.
공단은 오는 2030년까지 산단 태양광을 6.2GW, 2035년에는 7.5GW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 전기를 직접 생산·소비하는 구조를 확산해 기업의 전력 비용 부담을 낮추고, RE100 대응 기반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사업 방식도 구체화했다. 발전공기업과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참여하는 공공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을 지원해 산단 입주 기업이 공동으로 발전사업에 참여하는 구조를 마련했다. 태양광 설치 가능 여부와 건물 구조 보강 필요성, 경제성 등을 사전에 진단하는 컨설팅도 제공한다. 초기 투자 부담과 사업 리스크로 망설이는 기업을 위해 기획부터 금융, 운영까지 공공이 함께 지원하는 체계를 마련했다.
지역 공동체를 기반으로 한 ‘햇빛소득마을’ 사업도 공단이 힘을 쏟는 사업이다. 마을 주민이 유휴부지와 농지, 저수지 등에 태양광발전소를 설치·운영하고 수익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에너지 자립과 소득 창출 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 전력 계통이 부족한 지역에는 총 984억원을 투입해 에너지저장장치(ESS) 설치를 지원했다. 낮에 충전한 전력을 밤에 판매할 수 있게 돼 수익성이 높아진다. 지역농협·신협 등 지역 금융회사가 정책자금 취급기관으로 참여하고, 중앙·지방정부 및 유관기관과 연계한 원스톱 지원 체계도 구축했다.
경기 여주 구양리는 대표 사례로 거론된다. 70가구, 120여 명이 거주하는 이 마을은 2022년 ‘햇빛두레발전소사업’에 선정돼 총 998kW(킬로와트) 규모 태양광 설비를 설치했다. 2024년 1월부터 상업 운전을 시작했다. 발전 수익은 무료 점심 제공과 마을버스 운영 등 공동체 복지 사업에 활용된다. 정부는 범정부 추진단을 통해 올해부터 매년 500곳 이상, 2030년까지 2500곳 이상의 햇빛소득마을을 조성할 계획이다. 공단은 사업 발굴과 기술·금융 지원의 핵심 창구 역할을 맡는다. ◇ 중소·중견기업 효율 투자 지원도산업 현장의 체질 개선을 위한 지원도 병행한다. ‘중소·중견 에너지효율 혁신 선도 프로젝트(KEEP+)’는 연간 에너지 사용량 300toe(석유환산톤) 이상 중소·중견기업 200곳을 대상으로 맞춤형 투자 패키지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무상 에너지 진단을 제공하고, 공단이 운영하는 국비 보조사업 선정 시 가점을 부여해 기업의 투자 유인을 높인다.
에너지 절약시설에 대한 정책자금 융자 추천 비율은 선도 기업의 경우 중견기업은 최대 80%, 중소기업은 최대 100%까지 상향했다. 최근 5년간 503개 사업장에 약 416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해 117GWh(기가와트시)의 에너지 사용량을 절감한 것이 이런 지원의 성과로 분석됐다.
공단은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에너지 효율 향상을 별개의 정책이 아니라 하나의 전환 전략으로 보고 있다. 산업단지와 지역에서 재생에너지 생산 기반을 넓히는 동시에 공장 내부 설비 효율을 개선해 전력 수요 자체를 줄여야 탄소 감축과 비용 절감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공단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에너지 수요 절감이 병행돼야 산업계의 전력비 부담 완화와 탄소 감축 효과가 동시에 나타난다”며 “기획·금융·기술 지원을 아우르는 종합 지원 체계를 더욱 고도화하겠다”고 말했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