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투자 트렌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정하는 기후변화(지구 온난화) 때문에 그린란드 가치가 상승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전 지구에서 가장 빠르게 온난화가 일어나고 있는 그린란드를 두고 이같이 분석했다. 증권가에서는 그린란드의 해빙(海氷)을 가속하고 있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우주 관련 투자가 주목받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온난화와 그린란드, 트럼프 대통령과 우주 투자까지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온난화는 사기? 수익률은 급등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기후변화는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사기”라며 지난 2월엔 온실가스가 국민 건강을 위협한다는 이른바 ‘위해성 판단’을 공식 폐기했다.
이처럼 기후위기를 ‘거짓말’ 내지 ‘사기’로 규정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 들어 파리기후협정에서 다시 탈퇴하고 지구온난화 연구 예산을 삭감했으며 전기차 구매에 적용되던 세액 공제 혜택도 없앴다.
전기차 세액 공제 폐지와 화석연료 규제 완화를 추진하며 친환경 섹터에 단기적인 충격을 줬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인공지능(AI) 붐이 촉발한 전력난 우려로 인해 지구 온난화와 관련된 친환경 투자처가 어부지리로 손실을 면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실제 친환경 산업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퍼스트 트러스트 나스닥 클린 에지 그린 에너지(QCLN)’는 최근 1년 새 50% 넘는 수익을 냈다. 해당 ETF는 퍼스트솔라, 넥스트파워 등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북극 해빙이 촉발한 新골드러시
친환경에너지 관련 투자처가 때아닌 기회를 맞는 동안 온난화로 인해 지구상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북극 역시 기대치 않은 투자의 길이 열리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북극의 ‘해빙 가속화’가 2026년 금융시장의 새로운 ‘골드러시’를 촉발하고 있어서다. 기후위기라는 인류적 과제가 역설적으로 자원 확보와 물류 혁신이라는 거대한 투자 기회로 탈바꿈하면서, 월가와 국내 투자자의 시선이 북극권으로 쏠리는 모양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그린란드를 포함한 북극권 자원 통제권 강화를 선언하며 시장을 흔들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희토류 및 전략 광물에 투자하는 대표적인 광물 투자 ETF인 반에크 레어 어스 앤드 스트래티직 메탈스(VanEck Rare Earth and Strategic Metals) ETF(REMX)는 최근 1년간 120%가량 폭등했다.
이는 중국의 자원 무기화에 맞서 북극에 매장된 3600만 톤 규모의 희토류를 선점하려는 미국의 ‘에너지 안보’ 전략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골드만삭스 등 주요 투자은행(IB)들은 “트럼프의 규제 완화는 북극권 채굴 비용을 낮추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며 “금속·채굴 등 기초 소재 ETF에 대한 투자 비중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북극 개발의 또 다른 축은 인프라다. 극지방의 혹독한 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소형모듈원전(SMR)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원전과 관련된 URA ETF는 1년 새 10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하며 기후 테마 중 가장 뜨거운 종목 중 하나였다.
월가 전문가들은 “북극 기지 건설과 항로 운항에 필요한 에너지원으로 SMR이 최적의 대안”이라며 원자력 르네상스가 북극에서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북극 항로 개척의 직접적인 수혜주로 거론된다. 해빙으로 인해 수에즈 운하를 대체할 ‘북극 항로(NSR)’가 현실화하면서 극지용 쇄빙 LNG선 건조 능력을 갖춘 한국 조선사들에 대한 러브콜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북극 투자의 변동성에 주의를 당부한다.
블랙록(BlackRock) 관계자는 “환경 단체의 소송과 지정학적 마찰이 리스크 요인”이라며 “단순 테마주보다는 실제 수주 실적과 정책 수혜가 확실한 투자처 위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북극에서 해빙이 없어지면 경제안보 경쟁을 위한 완전히 새로운 전구가 조성된다”며 “북극 쟁탈전의 변곡점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박우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2026년 우주군 예산을 40% 증액했고, 골든돔 미사일 방어체계에 그린란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며 “그린란드는 중국이나 러시아가 미국 동부로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감시, 요격할 수 있는 최적의 위치에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그린란드 합병 의지가 구체화되고 있는데 그린란드에 병력을 배치한 유럽 회원국들에 관세를 부과했고, 군사적 선택지도 가능하다는 발언을 하는 등 공격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주 넘어 에일리언까지
전문가들은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는 우주 기술이 제공권 우위에 필수적인 패권 기술이라는 점에서 주목하게 한다”고 평가했다. 특히 차세대 군비 경쟁 분야로 양자, 초음속, 장거리 드론, 우주 기술을 꼽고 있다. 박 연구원은 “우주 기술 관심 확대의 수혜 테마 ETF로 우주 ETF(UFO)를 제시한다”며 “군과 정부 주도의 투자 확대, 하반기 스페이스엑스(SpaceX) 상장 등 긍정적인 흐름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미국 증시에 ‘외계 생명체(에일리언)’를 테마로 하는 상장지수펀드(ETF)까지 등장했다. 올해 초 시카고옵션거래소에 상장된 ‘터틀캐피털 UFO 디스클로저(UFOD)’ ETF는 정부가 ‘미확인 이상 현상(UAP)’을 공식 인정하거나 그와 관련한 첨단 기술을 공개·상용화할 때 오를 만한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구조다.
UFOD는 방위산업과 우주항공 기업을 주로 편입하고 있다. 미사일 방어 등 국방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멘텀홀딩스를 비롯해 록히드마틴, GE에어로스페이스 등이 담겼다. 테슬라, 팰런티어 등 혁신을 주도하는 첨단 기술 기업에도 투자한다.
박재원 한국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