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월급 반토막, 매대는 텅텅…벼랑 끝 홈플러스 '비명'

입력 2026-02-19 10:28
수정 2026-02-19 10:49

홈플러스 직원들은 어느 때보다 추운 설 명절을 보냈다. '명절 떡값'은커녕 1월 급여가 절반만 지급된 데 이어 2월 급여마저 미지급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홈플러스가 회생이냐, 청산이냐의 갈림길에 서 있는 탓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법정관리 기한은 다음달 3일 종료된다. 법원 판단에 따라 최대 올해 9월까지 연장할 수 있지만, 법원은 회생 지속 여부를 엄격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12일 대주주 MBK파트너스와 주채권자 측인 메리츠증권 등, 노동조합에 회생절차 폐지 또는 지속에 대한 의견 제출을 요구했다.

법원은 접수된 의견을 토대로 다음달 4일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 전까지 절차 지속 여부를 결정할 방침. 노조는 회생절차 폐지에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운영자금은 MBK가 직접 책임지고 투입해야 하며, 회생관리인은 공적 구조조정 전문기관인 유암코 등 제3자로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MBK는 기존에 약속한 범위 내에서 긴급운영자금(DIP)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도 추가 대규모 자금 투입에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주채권자 측 역시 회생계획안 보완 필요성을 제기한 상태다.

핵심 쟁점은 3000억원 규모의 DIP 대출이다. MBK는 1000억원 분담 의사를 밝혔지만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지주와 산업은행은 각 1000억원 지원에 회의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 자금 조달 구조가 확정되지 않으면 회생 동력 확보가 쉽지 않다는 평가다.

홈플러스는 DIP 3000억원에 더해 슈퍼마켓 사업부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매각해 총 6000억원을 마련, 경영 정상화에 나선다는 구상을 세웠다. 매각 희망 가격이 당초 7000억~8000억원대에서 3000억원 수준까지 낮아지자 복수의 잠재 인수 후보자들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DIP 확보가 선결되지 않으면 매각 협상 역시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금 조달이 지지부진한 사이 현장 상황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2024년 126곳이던 점포 수는 이달 111곳으로 줄었고 추가 폐점도 예정돼 있다. 직원 급여 지급도 정상 궤도에서 벗어났다. 지난해 12월 급여는 두 차례로 나눠 지급됐고, 1월 급여는 이달 중순 50%만 우선 지급했다. 오는 21일로 예정된 2월 급여도 밀릴 가능성이 크다. 지자체에 세금을 내지 못해 압류되는 건물과 토지도 늘어가고 있다.


매대 역시 납품 대금을 지급하지 못해 비어가는 상황으로, 이 같은 상품 수급 차질은 소비자 이탈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할인 행사 상품조차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설 명절을 앞둔 지난 14일 홈플러스 평촌점을 찾은 한 소비자는 "앱(애플리케이션)에서 행사 알림을 받고 낮 시간대 방문했지만 정작 할인 상품이 보이지 않아 그냥 돌아왔다"고 말했다.

업계는 사실상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조주연 홈플러스 대표는 지난달 21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홈플러스 이대로 문 닫게 할 것인가? 긴급좌담회'에서 "이미 매대 절반이 비었으며 1월 내 긴급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면 회생 시계가 멈출 수 있다"고 호소한 바 있다. 홈플러스 태스크포스(TF) 단장인 유동수 의원도 월 고정비 1000억원, 월간 운영 적자 500억원 구조를 거론하며 MBK의 선제적 자금 투입 필요성을 지적했다.

업계는 다음달 초 회생절차 폐지 결정이 내려진다면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홈플러스 직접 고용 인력 2만명은 물론 협력·입점업체까지 포함하면 최대 10만명이 영향권에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법원이 구조혁신형 회생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는 만큼 자금 조달 가능성을 높이지 못하면 청산으로 결론이 날 수 있는 상황"이라며 "10만명이 일자리를 잃거나 대금을 돌려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