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비알 "배터리 재활용으로 게임체인저 될 것"

입력 2026-02-18 16:44
수정 2026-02-19 01:19
배터리는 통상적으로 제조 과정 중 불가피하게 미사용 양극재·음극재가 들어간 불량품이나 자투리 자재를 양산한다. ‘공정스크랩’이라 부르는 물질로 이를 분쇄하면 ‘블랙파우더’라는 검은 물질이 만들어진다. 여기서 1400도 이상의 열을 가하는 건식법은 리튬과 코발트, 니켈 등을 95% 이상 회수하지만 그 과정에서 유해가스가 나온다. 황산으로 침출하는 습식법은 부식성 용액 관리 비용이 많이 들고 폐수가 발생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 중소기업 에이비알(ABR)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한 ‘배터리 직접 재활용 공법’이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공정 스크랩을 분쇄나 건·습식법으로 분해하지 않는다. 대신 물과 초음파 같은 물리적 방법으로 배터리 소재인 양극재와 음극재를 바로 뽑아내 ‘게임 체인저’로까지 불린다.

김유탁 에이비알 대표(사진)는 9일 인터뷰에서 “직접 재활용 공법은 기존 건·습식법에 비해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다”며 “황산을 쓰거나 용광로를 이용할 때보다 오·폐수 배출 등 환경 오염을 유발하지 않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가 공정스크랩을 활용한 사업을 시작한 이유는 사업성에 있다. 과거 국내외 배터리공장에선 연간 총 에너지 생산 규모가 100~200메가와트시(㎿h)에 불과했다. 현재는 대부분의 공장 에너지 기본 유닛이 ㎿h의 1000배인 10기가와트시(GWh)로 커졌다. 1GWh 규모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2000t의 양극재와 1000t의 음극재가 포함된 공정스크랩이 나온다. 에이비알은 이를 친환경적으로 재활용해 다시 팔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김 대표는 “직접 재활용 공법의 강점은 합리적 가격”이라고 강조했다. 기존 공정스크랩 재활용 비용은 1㎏당 30~40달러 수준인 데 비해 에이비알은 이 비용을 10달러 내외로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에이비알은 이런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중소기업부와 한국경제신문이 유망 중소기업에 주는 ‘올해의 으뜸중기상’(중소벤처기업부장관상)을 받았다.

글로벌 기업들도 에이비알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회사는 현재 폭스바겐의 글로벌 배터리 자회사인 파워코와 인도 납산 배터리 시장 선두 업체인 익사이드 에너지 등과 제휴를 논의중이다. 현대글로비스 및 국내 배터리 3사와도 공법 도입을 논의 중이다. 김 대표는 “연간 10~20t이던 처리 규모가 지난해 200t으로 늘었다”며 “올해 물량은 1000t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