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고심 중인 박용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포공항 이전을 통한 20만호 주택 공급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정부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수도권 주택 공급 활성화 방안의 보완책 성격이다. 박 전 의원은 서울에 자율주행차를 전면 도입하고, 모든 기관과 기업이 유연근무제를 시행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지원하겠다고도 밝혔다.
박 전 의원은 18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김포공항 부지에 스마트시티를 지어 주택 20만호를 폭탄급으로 공급해 대한민국의 대변화를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김포공항 기능을 인천국제공항과 청주공항으로 분산시키겠다는 게 박 전 의원의 구상이다. 단순히 아파트만 짓는 방식이 아니라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자동차, 드론 등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도시로 서부권을 탈바꿈시켜야 한다는 설명이다.
해당 공약은 박 전 의원이 2021년 대선 경선을 앞두고 처음 제시한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송영길 당시 민주당 대표가 2022년 지방선거와 재보궐 선거에 출마하면서 내건 공약이기도 하다. 박 전 의원은 "인천공항에 4활주로가 완공되고 제2터미널이 생기면서 비행기 이착륙은 상당히 숨통이 트여 있다"고 설명했다.
박 전 의원의 또 다른 핵심 공약은 ‘서울형 우버택시’ 도입이다. 그는 서울을 전면 자율주행차 도시로 전환하고, 개인택시 면허를 서울시가 기금으로 매입해 소각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동시에 교통약자와 교통 사각지대에 있는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천원택시’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택시 안전 관리 등에는 여전히 인력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에 기존 택시 기사들에게 고용 우선권을 주면 전환 과정에서 치르는 사회적 갈등 비용도 줄일 수 있다"고 보탰다.
박 전 의원이 꿈꾸는 서울의 미래상은 '아침이 가장 느긋하고 미래가 가장 빨리 오는 도시'라고 했다. 시장 임기 동안 시청과 시 산하 기관에서 유연근무제를 시행하고, 5인 이하 사업장 및 중소기업에 관련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약속했다. 박 전 의원은 "유연근무제가 보편화되면 집을 직장 근처로 옮기는 효과와 다르지 않다"며 "그러면 사람들이 굳이 비싼 부동산에 집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박 전 의원과의 일문일답.
▶지난 20·21대 국회에서 발의하셨던 상법이 이번 22대 국회 들어서 두 차례나 개정됐습니다. 감회가 새로우실 것 같습니다.
룰이 단순하고 명확하면 시장이 반응합니다. 상법 개정안은 기업의 반칙을 막고 투명성을 높이자는 것입니다. 반도체 대형주들을 보면 벌써 3년 치 메모리 반도체 선주문이 끝났다는 것 아닙니까. 모두가 투명하게 공개된 정보를 갖고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기본 원칙입니다.
▶사람들이 주식시장에서 번 돈을 다시 부동산에 투자하지 않겠습니까.
이 고리가 끊어지고 있다고 봅니다. 주식시장에 투자할 때 세제 혜택이 더 많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으면 시장은 움직입니다. 장기적으로 배당 성향을 더 높이는 쪽으로 기업들을 유도하면 국민들은 자연스럽게 거기에 맞춰 자산과 노후 대비 방식을 바꿔 나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때 당내 유력한 대선 주자셨습니다. 서울시장 선거에 도전하기로 결심하시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서울시장은 행정가의 자리가 아니라 미래를 설계하는 정치인의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사법 권력은 과거를 판단하고, 행정 권력은 오늘을 해결하지만, 정치 권력은 미래를 만듭니다. 서울은 대한민국의 심장이자 지방입니다. 서울을 '아침이 느긋하지만 미래가 가장 빨리 오는 도시'로 만들고 싶습니다.
▶의원님이 구상하시는 서울의 미래는 어떤 모습입니까?
모두가 '9 to 6'(아침 9시 출근, 저녁 6시 퇴근) 삶을 살 필요는 없습니다. 출근 시간을 조정하면 도시 흐름이 달라질 것입니다. 서울시장이 된다면 서울시 공무원과 공공기관부터 시작해 기업이 유연근무제를 시행하도록 유도할 겁니다. 출퇴근 시간을 20분만 줄여도 직장 근처로 이사하는 효과가 납니다.
▶출퇴근 시간을 줄이면 어떤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사람들이 굳이 비싼 부동산에 인생을 걸지 않을 겁니다. 개인이 시간을 충분히 조율할 수 있는 삶이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국가가 성장 동력을 잃지 않으면서도 국민들이 미친 듯이 바쁘게 살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결국 부동산 문제가 서울시민들 삶의 질 개선의 핵심이라고 보십니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정부의 역할은 국민의 다섯 가지 계획을 떠받치는 것입니다. 다섯 가지 계획은 내 집 마련, 내 차 마련, 가족의 건강, 자녀 교육, 노후 자산 준비입니다. 과거에는 열심히 일하면 집을 사고 자녀를 가르치고 노후를 준비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는데, 지금 청년들은 첫 단계부터 흔들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산 형성 구조를 바꾸자는 것입니다.
▶부동산 문제 해법이 있습니까?
전폭적이고 전면적이고 획기적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김포공항 기능을 인천공항과 청주공항으로 분산시키고 그 부지에 스마트시티를 조성하면 20만호 공급이 가능합니다. 단순히 아파트만 짓는 것이 아니라 AI, 자율주행, 드론이 집약된 도시입니다. 서남권의 대전환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
▶인천공항 포화 문제는?
당시 인천공항 사장을 지냈던 정일영 민주당 의원이 적극 찬성했었습니다. 5호 활주로를 열면 인천공항에서 충분히 김포공항의 기존 수요를 이어받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비행기 이착륙과 관련해서는 전혀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고, 터미널 이용과 관련해서도 충분히 조율이 가능하다고 들었습니다.
▶부동산 세제 손질에는 어떤 입장이십니까?
세금은 사회 정의의 수단이지 부동산 정책의 수단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보유세는 낮다고 봅니다. 다만 당장 집값을 잡겠다고 징벌적으로 다가가면 안 됩니다. 점진적이고 예측 가능하게 가야 합니다. 지방선거 전에 세제를 건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서울형 우버택시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우버는 개인 승합차 및 자가용을 택시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앱입니다. 국내선 불법입니다. 국내선 택시 중개 앱 형태로 서비스 중입니다. 이제는 혁신을 거스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앞서 타다금지법에 찬성했던 과거를 공개적으로 반성하기도 했습니다. 정치권은 경쟁과 소비자의 편익을 동시에 다 지키는 해결책을 제시해야 합니다.
▶기존 택시업계가 반발하면 어떻게 돌파하실 겁니까?
개인택시 면허를 서울시가 기금을 통해 매입해 소각하는 방안을 고민해볼 수 있습니다. 또 '서울형 천원택시'를 도입하겠습니다. 군 단위에서 하듯이 천원만 내면 이용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70대 이상 어르신이나 교통 약자를 대상으로 하면 효도택시가 될 수 있습니다. 자율주행이 확대되더라도 사람의 서비스는 필요합니다. 기존 택시 기사들이 천원택시 운영에 우선 참여하도록 하면 일자리 전환도 가능합니다.
▶출마 선언은 언제쯤 하실 계획입니까?
3월 초에 후보 등록을 받아 경선 일정이 잡힐 것 같다고 들었습니다. 아무리 늦어도 설 이후에는 결정을 해야 합니다.
▶당내 경선은 자신 있으십니까.
어떤 룰이든 이길 수 있도록 준비하려고 합니다.
▶'비명횡사'로 기억하는 당원들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여전히 저를 대통령과 대립한 사람으로 기억한다면 서울시장 도전은 어렵습니다. 다만 인식을 전환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취업준비생 박용진' 프로젝트를 하면서 무관무직 이미지를 강조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상 당원들의 평가가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