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3명 집단 퇴사'에 사장님 분통…"5000만원 물어내라" [사장님 고충백서]

입력 2026-02-22 06:00
수정 2026-02-22 08:11

근무 여건에 불만을 품고 한꺼번에 퇴사한 아르바이트생들을 상대로 업주가 5000만원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일이 벌어졌다. 법원은 알바생들의 공동 무단퇴사가 '채무불이행'에 해당한다고 보면서도, 업주가 제공하지 않은 휴게시간과 식사 등 열악한 노동 환경을 이유로 청구액의 일부인 200만원만 인정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은 식당 사장님과 관리인 D씨가 대학생 아르바이트생 3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이같이 판단했다. ○ 회식서 갈등 폭발…알바 3명 '당일 집단 퇴사'
2024년부터 충남 아산의 한 식당에서 근무하던 대학생 아르바이트생 A 등은 사장님과 관리인에게 불만이 많았다. 간헐적으로 하루 5시간씩 근무하던 이들은 "중간에 휴게시간을 부여받지 못하였고 석식을 제공받지도 못했다"며 개선을 요청해왔지만 거부 당했던 것이다.

갈등은 2024년 6월 회식자리에서 폭발했다. 새벽 2시경 관리인 D씨와 식사 제공 문제로 말싸움이 벌어진 것. 화가 난 D씨가 소주병을 거꾸로 들었다 놓는 행동을 하자, 알바생 중 한명인 A씨가 소주병을 D씨의 바로 앞 테이블에 내리쳐 깨진 파편이 튀었다. 한 시간 뒤엔 다른 알바생 B씨도 D씨로부터 "아르바이트생들을 선동한다"는 말을 듣고 분노해 세라믹 테이블을 주먹으로 수회 내리치고 발로 차 금이 가게 했다.

A와 B를 포함한 알바생 3인은 아침이 되자 출근하지 않고 사장에게 카카오톡으로 "즉시 퇴사하겠다"고 통보했다. 사장은 "일주일만 더 근무해달라"고 사정했지만, 이들은 출근을 거부했다.

일손이 셋이나 한꺼번에 사라진 식당은 15일동안 문을 닫게 됐다. 이에 사장과 관리인 D씨는 A씨 등 3명을 상대로 총 5300만 원이 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주일분 식재료비 890만원, 15일간 임대료 300만원과 공과금 125만원, 잔류 및 대체 직원 인건비 746만원, 영업이익 상실분 2325만원에 위자료까지 포함된 금액이었다.

이와 별도로 이뤄진 형사고소로 A씨는 특수폭행및 특수재물손괴, B씨는 재물손죄로 각각 벌금 200만원과 100만원을 선고 받았다. ○ "무단 퇴사 책임 있지만...청구액 과해"재판부는 피고들이 계약 종료 전 무단으로 출근하지 않은 것에 대해 "근로계약 종료 이전에 무단으로 출근하지 않는 방법으로 노무 제공 의무를 불이행했으므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이들의 퇴사 통보 시점이 30분 이내로 근접한 점 등을 들어 '공동 책임'을 인정했다.

하지만 업주가 주장한 4200만 원 상당의 휴업 손해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 등이 대학생 아르바이트생으로 간헐적으로 근무한 점, 다른 종업원들도 있었던데다, 인력시장 등을 통해 대체 인력을 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1일 5시간 근무하면서도 이들이 휴게시간을 부여 받지 못한 점 등을 들어 손해액을 200만원으로 제한했다.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인 위자료 청구도 부정했다.

관리인 D씨가 청구한 테이블 교체 비용과 영업 손실에 대해서는 "D씨는 음식점의 운영 주체가 아니라 손해를 입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다만 소주병을 내리친 행위 등으로 D씨가 겪었을 정신적 고통을 인정해 A와 B가 공동으로 위자료 1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근로자의 갑작스러운 퇴사에 배상 책임을 인정한 이례적인 판결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정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근로자 한 명의 무단퇴사로 인한 손해액을 입증하기는 매우 어렵지만, 이번 판결은 비슷한 시간에 여러 명의 인력이 공모해 집단적으로 노무 제공을 거부한 행위를 명백한 '채무불이행'으로 봤다"며 "다만 인력 보충의 가능성과 평소의 근로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용자 측이 주장한 고액의 영업 손실 전체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