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었음보다 서럽다"…삼전·SK하이닉스 '놓쳤음 인구' [김익환의 부처 핸즈업]

입력 2026-02-18 06:00
수정 2026-02-18 13:44


"삼성전자·SK하이닉스 놓쳤네."

투자 커뮤니티에서 스스로를 ‘놓쳤음 인구’라고 부르는 투자자들이 적잖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식을 사모으지 못했거나, 삼성전자의 경우 10만원 미만에 매도한 투자자들이 그렇다. “구직에 실패한 ‘쉬었음’보다 더 허탈하다”는 2030 투자자들도 있다. 반면 수익을 실현한 투자자도 적지 않다. 4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수년간 보유하던 현대자동차 주식을 전량 매도해 수천만원의 차익을 얻었다. 그 자금으로 새 차를 구입하기로 했다.

고공행진하는 증시로 투자자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증시가 한국 경기의 회복세를 북돋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한층 커지고 있다. 주식 등 자산가격 상승이 소비를 늘리는 이른바 ‘자산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하지만 주가 상승의 혜택이 일부 고소득층에게만 몰리는 만큼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적잖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올들어 지난 13일까지 코스피는 30.7% 뜀박질했다. 평균적으로 연초에 투자했다면 30%가 넘는 평가이익을 얻은 셈이다.

치솟는 주가로 개인투자자들의 자산도 불어났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24년 12월 말 기준 상장사 주식을 보유한 개인은 1410만명에 달했다. 이들 가운데 567만명은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의 경우 최근 급등세를 이어가면서 코스피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이 회사 주가는 올들어 13일까지 51.1%, 지난해 초부터 13일까지는 240.6%나 뛰었다.

동시에 한국 경제 회복 기대도 키우고 있다.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 관계자도 "최근 치솟는 주가가 소비 증가율을 끌어올리는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소비 증가율을 구체적으로 얼마나 끌어올릴지는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민간소비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45%를 차지하는 만큼 경기 회복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계산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10년 발표한 ‘자산가격변동이 민간소비에 미치는 효과 분석’에 따르면 자산가격이 1억원 늘어나면 소비는 약 200만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 상승이 소비 심리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도 포착됐다. 지난해 1월 91에 머물렀던 소비자심리지수는 같은 해 6월 108.6으로 상승했고, 올해 1월에는 110.8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의 뉴스심리지수(NSI)도 지난달 117.48로 2021년 7월 이후 4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NSI는 경제 기사에 나타난 심리를 지수화한 것으로 기준선은 100이다.

하지만 자산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상당하다. 주식 보유가 상위 계층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2024년 소득 상위 20%(5분위)의 금융자산은 3억1433만원에 달했다. 하위 20%는 3874만원에 불과했다. 상위 20%가 하위 20%보다 8배 이상 많았다.

주식을 가장 많이 보유한 상위 20%의 평균소비성향(자산가격이 1단위 늘어날 때 소비가 얼마나 증가하는지 보여주는 지표)은 비교적 낮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5년 3분기 기준 5분위 평균소비성향은 54.9%로 전체 평균(67.2%)을 밑돌았다.

국제통화기금(IMF)도 미국 사례 분석에서 주가 상승이 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뚜렷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IMF가 2019년 발간한 연구보고서(미시 데이터를 활용한 금융자산·부동산 부의 효과 분석·Analyzing the Effects of Financial and Housing Wealth on Consumption using Micro Data)도 "미국 가계의 보유 주식 가치 증가가 소비 지표에 미치는 효과를 발견할 수 없었다"며 "주식을 주로 보유한 고소득층의 한계소비성향이 낮은 영향 탓"이라고 설명했다.

장기적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한주 경제인문사회연구회(NRC) 이사장은 최근 기자단 간담회를 통해 "자본시장과 달리 실물경제는 여전히 차갑다"며 “국민 생활과 직결된 도소매업, 숙박·음식업 경기를 북돋기 위한 민생경제 중심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