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
2026년 2월 6일 국회를 통과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은 2025년 9월 발표된 노동안전 종합대책에 담겨 있는 여러 내용들을 법제화하고 있다. 명예산업안전감독관, 위험성평가 등 주목할 만한 내용들이 다수 있지만, 단연 눈에 들어오는 항목으로는 재해조사 실시 범위의 확대와 재해조사보고서 작성 및 공개에 관한 법규정의 신설이다.조사 체계화 과정의 시급성중대재해 예방을 위해서는 실제로 발생한 중대재해의 원인을 체계적으로 조사하여 본질적인 예방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에는 단지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그 원인 규명 또는 산업재해 예방대책 수립을 위한 중대재해 원인조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이었고, 이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을 정하고 있지 않았다. 이에 따라 재해조사 제도에 관한 문제제기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정부는 2022년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에서 중대재해 발생 원인이 담긴 재해조사보고서를 공개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기도 하였으나, 실제 실행되지는 않았다.
재해조사와 관련한 개정법의 핵심은 크게 세 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첫째, 재해 원인조사의 범위를 중대재해뿐만 아니라 화재·폭발, 붕괴 등으로 인한 산업재해로서 중대재해 예방을 위하여 원인조사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로 확대하였다. 둘째, 과거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에 있던 관계 전문가에 의한 재해 원인조사 실시에 관한 내용을 법률에서 규정하고, 원인 조사에 필요한 사업장 출입, 관계자 면담 및 자료 제출요청 등 권한을 부여하였다. 셋째, 재해 원인조사 결과를 담은 재해조사보고서를 공소제기 이후에 공개(개인정보, 영업상 비밀 등은 제외)할 수 있도록 하였다.
재해근로자와 유가족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동종 또는 유사한 중대재해의 재발을 방지하고자 하는 개정 법률의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개정취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신뢰할 수 있는 재해조사가 무엇보다도 긴요한 선결과제이다.
재해조사가 단순히 사고 경위와 법위반 사항들을 나열하는 데 그친다면, 동종 또는 유사한 중대재해의 재발 방지에 기여하기 더욱 어렵게 된다. 재해조사에는 “왜 사고가 발생했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담겨야 한다. 기술적·공학적 원인뿐 아니라 조직 운영이나 의사결정 구조, 작업 여건을 둘러싼 제반 조건 등까지 분석하는 다층적·체계적 접근이 이루어져야 하고, 이를 통해 재해근로자나 유가족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재해조사보고서가 나올 수 있어야 한다.재해조사 독립성 선결돼야재해조사 결과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재해조사의 독립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재해조사가 행정기관의 감독 기능이나 수사 과정에 종속되는 경우, 재해조사는 사고 발생의 근본적인 원인 규명이 아닌 제재 근거가 될 법령 위반을 색출하는 수단으로 전락하게 된다. 항공·철도 사고 조사에 관한 법률과 유사하게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이 갖추어져야 함은 물론, 실무상으로도 고용노동부와 같은 국가기관뿐만 아니라 사회단체 등 외부에 대해서도 독립성을 관철할 수 있는 실효적 수단이 선결적으로 확보되어야 한다.
산업안전보건 정책의 목표는 처벌의 강화가 아니라 사고의 감소에 있다. 사고 이후의 재해조사가 ‘책임을 묻는 절차’에 머무르지 않고, ‘다음 사고를 막는 지혜’를 찾는 과정으로 자리잡아야 법률 개정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이제는 재해조사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에 대해 보다 많은 논의와 사회적 관심이 모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