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금 넛지' 효과…젤 아이스팩 99% 퇴출

입력 2026-02-13 15:55
수정 2026-02-13 15:56
과거 가정에서 처치 곤란한 쓰레기로 취급받던 ‘젤 아이스팩’(SAP·고흡수성 수지)이 시장에서 퇴출됐다. 폐기물 부담금 정책을 적절히 활용해 냉매 원료를 플라스틱 소재에서 물로 바꾸도록 유도한 결과로, 모범적인 환경 정책으로 평가받는다.

13일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아이스팩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에 유통되는 SAP 사용률은 2019년 말 80%에서 2024년 1%로 6년 만에 79%포인트 급감했다. 물을 냉매로 쓰는 물 아이스 팩이 SAP 자리를 메웠다. 2019년 거의 쓰이지 않던 물 아이스팩은 지난해 사용률이 99%로 조사됐다.

SAP는 미세플라스틱 성분의 고분자 화합물로 자연 분해되지 않는 환경오염원이다. SAP가 사라진 주요인은 정부가 새로 도입한 ‘폐기물 부담금’ 제도다.

기후부는 2019년부터 연구용역과 실태조사 등을 통해 고흡수성 수지에 ㎏당 부담금 313원을 부과하는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2021년 자원재활용법 시행령을 개정한 뒤 2023년 본격 시행했다. 관련 업체들은 제도 개편 이전부터 비용 부담을 낮추기 위해 아이스팩 원료를 물로 바꾸는 작업에 들어갔다.

소비자 편의성이 높아진 것도 정부 규제가 안착할 수 있었던 주요인으로 꼽힌다. SAP는 하수구에 버리면 수분을 흡수한 뒤 부풀어 올라 배관을 막을 위험이 커 무거운 젤 상태에서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려야 했다. 물 아이스팩은 내용물을 비우고 버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분리배출이 용이하다.

새벽배송과 물류 혁신 등으로 배송 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된 것도 물 아이스팩이 확산한 요인으로 꼽힌다. 과거엔 기업들이 장거리 이동을 위해 보랭력이 강한 젤 아이스팩을 선호했다. 기업들도 충전재를 SAP에서 물로 바꾸는 데 드는 비용 부담이 크지 않았다. 상당수 기업은 냉매 원료를 플라스틱 소재에서 물로 변경한 것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일환으로 내세울 수 있었다. 젤 아이스팩 폐기물 부담금 정책을 설계한 김효정 기후부 국장은 “아이스팩 사례는 재사용보다 원료 자체를 친환경으로 바꾸는 ‘재질 전환’이 훨씬 효율적인 자원순환 모델일 수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