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공제회는 17만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 20조원을 굴리는 자산운용기관이다. 국방부 산하 유관기관으로서 일반 금융회사보다 한 단계 높은 공적 책임과 투명한 설명 의무가 요구된다. 하지만 부실 자회사 지원 논란을 대하는 군인공제회의 태도는 실망을 넘어 우려스럽다. 기관 신뢰와 직결된 사안임에도 이해하기 힘든 침묵과 회피로 일관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군인공제회 100% 자회사인 대한토지신탁에 대한 반복적 자금 지원이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의 직격탄을 맞으며 유동성 위기에 빠졌고, 공제회는 지난 3년간 총 3700억원을 투입했다. 올해 11월엔 1700억원 규모의 1차 지급보증 만기가 돌아온다. 공제회는 “지급보증 연장은 없다”는 원칙을 내세우고 있지만, 자회사가 자력 상환에 실패해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할 경우 지급보증 의무에 따라 모회사가 대위변제에 나서야 한다. ‘지원 중단’ 선언만으로 리스크가 사라지는 구조는 아니라는 의미다. 자회사 리스크는 시장의 우려로 번지고 있다.
경영 개선이 뚜렷하게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가 지원에 나선 점은 도덕적 해이 논란을 낳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의 신탁계정대여금(자체 투입 자금)은 2021년 4315억원에서 2025년 9월 기준 1조171억원으로 급증했다. 차입금도 크게 늘었다. 공제회가 제시한 회수 목표를 밑돈 것으로 알려졌는데도 지난해 회사채 지급보증과 영구채 인수 방식으로 2000억원 규모의 2차 지원이 승인됐다. 군인공제회 대응은 의아했다. 기사 보도를 며칠 앞두고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질의서를 보내자 “곧 창립기념일 휴일이라 내부 대응이 어렵다”는 취지의 답이 돌아왔다. 창립기념일인 2월 1일이 일요일이어서 6일 금요일을 휴무로 지정했다는 설명도 나중에야 들었다. 지난주 관련 기사가 나간 뒤에도 별다른 설명과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침묵은 해명이 아니다. 회원 17만 명의 노후 자금을 책임지는 기관이, 자금 운용과 관련한 정당한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한다면 이는 단순한 홍보 대응 문제가 아니라 거버넌스 문제다. 지금 필요한 건 최소한의 설명이다. 3700억원 지원의 의사 결정 근거는 무엇이었는지, 신탁계정대여금 회수와 재무 정상화를 위한 ‘회수·정상화 로드맵’은 무엇인지, 11월 만기(1700억원)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 방안은 무엇인지에 대해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군인공제회 자산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군인들의 미래다. 공적 성격이 강한 회원 자금일수록 운용 결과만큼이나 운영 과정의 투명성이 중요하다. 침묵이 길어질수록 논란은 계열사 부실을 넘어 기관 신뢰 문제로 번진다. 군인공제회가 답해야 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