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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 넘나드는 물품 중심의 상거래는 이제 게임, 동영상, 소프트웨어 등 ‘전자적 용역(부가가치세법 제53조의2 제1항)’의 거래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습니다. 이는 기존 부가가치세제의 틀에 변화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외로부터 국내로 공급되는 전자적 용역의 경우, 과연 어느 국가가 과세권을 가지며 누구에게 납세의무를 지울 것인지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어느 나라에 세금을 내는가: ‘역무제공장소’에서 ‘공급받는 자의 주소지’로속지주의 원칙상 우리나라가 부가가치세 과세권을 갖기 위해서는 ‘용역의 공급장소’가 국내여야 합니다. 부가가치세법은 종래 역무 제공형 용역의 공급장소를 ‘역무가 제공되는 장소’라고만 규정하여 왔습니다. 그러나 전자적 용역의 경우에는 국외 사업자가 국내에 아무런 물리적 시설을 두지 않고도 (역무 제공을 한국에서 하지 않고도) 한국 소비자에게 용역을 공급하는 것이 가능했고, 이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과세 공백을 야기했습니다.
이에 부가가치세법의 2014년 개정을 통해 전자적 용역의 경우 국내에서 용역이 공급되는 것으로 간주하는 규정이 도입되었고, 2020년 개정에서는 전자적 용역의 공급장소를 ‘공급받는 자의 주소지 등’으로 명시하였습니다. 이제 전자적 용역을 공급받는 자의 주소지가 국내라면, 해당 거래는 국내 부가가치세 과세 대상에 해당합니다.납세의무의 이행: 부가가치세 납세관리인이 된 플랫폼국제 전자상거래의 대부분이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이루어지는 현실을 반영하여, 플랫폼 사업자에게 부가가치세 징수 및 납부 책임을 부여하는 추세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제안하여 여러 국가에서 도입한 디지털 플랫폼의 부가가치세 완전책임제도(full VAT liability regime)라든지, 유럽연합(EU)가 2015년부터 시행하는 부가가치세 집행명령(282/2011) Article 9a가 그 예시입니다. 우리나라 부가가치세법도 다음과 같은 경우에 플랫폼의 부가가치세 납세 의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첫째, 국내에 사업장이 없는 국외사업자가 국내 사업자등록 대상인 위탁매매인, 중개인 등을 통해 국내에서 용역을 공급하는 경우, 해당 위탁매매인, 중개인 등을 공급자로 간주합니다(부가가치세법 제53조). 예를 들어, 구매자가 앱스토어에 대금을 지급하고 앱스토어는 수수료를 공제한 뒤 판매자에게 정산 지급하는 방식이라면, 이 경우 해당 플랫폼(앱스토어) 사업자는 위 규정에서 정한 '중개인'으로서 부가가치세 납세의무를 부담하게 됩니다.
둘째, 국외사업자가 국외 플랫폼을 통해 국내 소비자에게 전자적 용역을 공급하는 경우(B2C·기업소비자간거래)에는 그 국외 플랫폼 사업자가 용역을 공급한 것으로 봅니다(부가가치세법 제53조의2 제2항). 이 경우 해당 플랫폼 사업자는 국내에서 ‘간편사업자등록’을 하고 부가가치세를 신고·납부하여야 합니다.
이와 같이 플랫폼 사업자에게 부가가치세 납세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은, 조세 행정의 편의를 고려한 것으로 이해됩니다. 플랫폼을 통해 거래하는 소규모/개인 사업자들이 각자 개별 거래에 대해 납세의무를 정확히 이행할 것을 기대하기도 어렵고, 국세청 입장에서도 각각의 실제 공급자를 감독하는 것은 엄청난 행정적 부담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디지털 경제 시대에는 플랫폼이 사실상 ‘부가가치세 납세관리인’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 셈입니다.
플랫폼 입장의 난제: 사업자 판별의 어려움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과세 규정이 정비되고 있으나, 실무적 난제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국외 플랫폼 사업자가 국내에서 부가가치세를 신고할 때, 해당 플랫폼을 통한 국내 공급 거래가 부가가치세 과세대상인 B2C 거래인지, 아니면 부가가치세 제외 대상인 기업간 거래(B2B)인지를 구분할 수 있는 유일한 기준은 용역을 공급받는 자가 제시하는 사업자등록번호의 유무입니다.
하지만 국외 플랫폼 사업자의 입장에서는 상대방이 제시한 사업자등록번호의 진위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제한적입니다. 만약 추후 세무당국의 검증 과정에서 사실과 다른 부분이 확인될 경우, 해당 국외 플랫폼 사업자는 예상치 못한 부가가치세 추징 등 리스크에 직면하게 될 수 있습니다. 급변하는 기술 환경과 조세 전략의 수립디지털 플랫폼 산업은 타 산업에 비해 변화 속도가 매우 빠르고 물리적 제약이 없습니다. 특히 인공지능(AI) 기술이 결합되면서 기존 법령이나 행정해석으로 규율하기 어려운 새로운 거래 유형이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플랫폼 사업자는 단순히 현재의 규정을 따르는 것을 넘어, 개정되는 법령과 행정해석의 흐름을 정교하게 분석해야 합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본질적으로 이해하고 파악했을 때 비로소 새롭게 개정되는 법령의 취지도 정확하게 해석하고 대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통해 컴플라이언스 책무를 다할 수 있고, 세무 리스크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습니다.
<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border:1px solid #c3c3c3" />[연재를 마무리하며] 본 기고를 끝으로 지난 1년 간 진행한 ‘광장의 조세’ 시리즈를 마칩니다. 본 연재가 독자 여러분에게 작은 보탬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그동안 애독해주신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