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공간지능 기술을 앞세워 도시와 건물 운영 영역으로 해외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개별 기술과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간을 디지털로 구현한 뒤 로봇과 서비스가 실제로 작동하는 운영 환경까지 함께 구축하는 전략이다. 공간지능은 인공지능(AI)이 현실 공간의 구조와 맥락을 이해해 이를 디지털로 복제·운영하는 기술이다.
사우디 리야드에 건설 중인 초대형 도심 개발 프로젝트 ‘뉴무라바’가 대표적이다. 네이버랩스는 이 프로젝트에서 로보틱스·자율주행·스마트시티 기술 분야의 공식 파트너로 참여해 도시 설계와 운영을 아우르는 디지털 기반 구축에 나서고 있다. 건물과 도로, 동선과 시설 배치 등을 가상 공간에 먼저 구현한 뒤 로봇과 각종 서비스가 어떻게 작동할지를 사전에 검증하는 방식이다.
기존 도시를 대상으로 한 디지털 전환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네이버랩스는 사우디아라비아 자치행정주택부(MOMRAH)와 협력해 메카·메디나·제다 등 3개 도시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을 완료했다. 구축 면적은 약 6800㎢로 서울시의 11배에 달하며, 건물 수만 92만 동이 넘는다. 이 플랫폼은 건축 인허가 검증, 일조·조망 분석, 경관 시뮬레이션은 물론 홍수 등 재난 대응 시나리오까지 가상 공간에서 미리 점검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일상적인 건물과 작업 현장을 무대로 한 해외 실증도 진행 중이다. 네이버는 지난해 상반기 일본 최대 통신기업인 NTT동일본, 미쓰이 부동산과 협력해 도쿄 야에스 빌딩에서 클라우드 기반 로봇 플랫폼 ‘아크(ARC)’와 로봇 딜리버리 서비스를 시험 운영했다. 네이버는 이들 기업과 추가로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 중이다. 유럽에선 스위스 로봇 스타트업 ‘스위스 마일’과 디지털 트윈 및 측위 시스템을 적용한 건설 현장에서의 로봇 애플리케이션(앱) 공동 연구도 하고 있다.
네이버랩스의 올초까지 누적 공간지능 관련 특허 건수는 국내외 합산 637건에 달했다. 랩스 조직 전체 특허의 60% 수준이다. 로봇·측위·디지털 트윈 등 공간지능 핵심 기술이 집중됐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