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산업 경영권 매각 딜 종결 미뤄진다

입력 2026-02-13 15:50
수정 2026-02-13 16:48
이 기사는 02월 13일 15:5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애경산업 매각 작업 종결 일정이 예정보다 미뤄진다. 인수 측인 태광산업 컨소시엄이 '2080 치약 리콜' 사태를 빌미로 추가 협상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애경그룹과 태광산업 컨소시엄은 설 연휴 직후인 오는 19일로 예정됐던 애경산업 매각 작업 종결 시점을 다음 달로 미루기로 했다. 태광산업 컨소시엄은 매각 측에 가격 인하 등 세부 거래 조건 변경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잔금 납입 일정을 미루고, 추가 협상을 이어가기로 합의했다.

지난해 10월 주식매매계약(SPA)을 맺고 순항하던 매각 작업에 변수가 된 건 2080 치약 리콜 사태다. 중국에서 생산해 국내에 유통된 일부 2080 치약에서 금지 성분이 검출돼 애경산업은 문제가 된 제품 전량을 자발적으로 회수하고 있다. 태광산업 컨소시엄은 리콜 사태로 2080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는 이유 등으로 거래 조건 변경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태광산업 컨소시엄이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2080 치약 리콜 사태를 빌미로 다소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일반적으로 SPA 계약엔 중대한 부정적 영향(MAC) 조항을 둔다. 계약 체결 이후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경영상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경우 계약 자체를 해제할 수 있는 조항이다.

하지만 2080 치약 리콜 사태를 MAC 사유로 보긴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한 대형 로펌 인수합병(M&A) 전문 변호사는 "애경산업이 치약 리콜 사태로 도의적인 책임을 지는 것과 경영권 매각 계약을 해지하거나 거래 조건을 바꾸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인수 측이 이를 협상 카드로 사용할 순 있지만 법리적으로 따지면 유효한 카드로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애경그룹은 그룹 재무구조 개선 목적으로 애경산업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예정대로 거래를 종결하기 위해 태광산업 컨소시엄 측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가격 인하 요구도 일부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양측이 계약한 애경산업 지분 63.13%의 매각 가격은 4700억원이었다.

일각에선 태광산업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티투프라이빗에쿼티와 유안타인베스트먼트가 인수 자금 마련에 차질을 빚어 태광산업의 애경산업 인수 의지 자체가 약해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딜 자체를 중단하고 싶은 태광산업에 2080 치약 리콜 사태가 좋은 구실이 된 셈이다.

다만 태광산업 컨소시엄은 이미 전체 거래액의 5%인 235억원을 계약금으로 납입한 상황이다. 태광산업 컨소시엄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제하면 계약금은 몰취될 가능성이 크다. 2080 치약 리콜 사태를 해제 이유로 내걸어 계약금 반환을 요구하더라도 오랜 법정 다툼이 예상된다. 애경산업 인수 추진을 통해 17년 만에 M&A 시장에 복귀한 태광그룹의 이미지에도 타격을 입게 된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