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주택이 용산국제업무지구에 미치는 영향 [더 머니이스트-심형석의 부동산 정석]

입력 2026-02-20 06:30
수정 2026-02-20 16:30

서울 도심 삼각 편대의 정중앙에 있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기반시설 착공을 시작으로 2030년대 초반에는 입주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서울시 추산 14만6000명의 고용과 32조6000억원의 생산유발이 기대되며 서울뿐 아니라 대한민국 국가경쟁력을 견인하는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세 부문으로 나눠서 개발이 진행됩니다. 면적은 제일 작지만 국제업무 존(zone)이 핵심이라는 사실은 명확합니다. 국제업무 존은 종상향을 통해 최대 용적률 1700%까지 부여해 100층 내외의 랜드마크가 들어서도록 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이는 물리적인 구축물에 대한 계획이며 개발사업의 핵심 경쟁력은 콘텐츠, 즉 입점하려는 기업에서 나옵니다.

사업계획에서도 국내외 유수 기업, 국제기구 등을 유치하기 위한 홍보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100층 건물과 1700%의 용적률은 사업을 추진하면서 달라질 수 있는 내용이지만 해외의 유력기업을 유치하는 일은 절체절명(絶體絶命)의 과제입니다. 아마존이나 테슬라 등 해외 유력기업이 입점하지 않는다면 국제업무 존이라는 이름이 무색한 우스꽝스러운 결과물만 남게 될 겁니다.

해외의 유력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은 예전부터 있었습니다. 기업도시가 대표적입니다. 기업도시 이전에는 경제자유구역도 있었습니다만 어느 개발사업을 고사하고 유력한 해외기업을 유치했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결과적으로 투자유치를 담당하는 공무원 수만 늘려 놓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해외의 유력기업을 유치하는 일은 엄청나게 어려운 작업입니다. 국가적 차원에서 나서도 달성하기 쉽지 않은데 전국에 해외기업을 유치해야 하는 개발사업을 이렇게 많이 벌였는데 실패는 명약관화(明若觀火)입니다. 포퓰리즘과 나눠 먹기는 결국 어떠한 성공사례도 만들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도 과거의 실패 사례를 적극적으로 참고해야 합니다.

과거 해외기업의 국내 유치가 큰 성과를 내지 못했던 이유는 의료와 교육 인프라 부문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해외에 가족과 함께 근무할 때 가장 고민되는 사항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는 규제로 인해 외국병원과 국제학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 조건은 용산이 강남에 버금가는 주거 선호 지역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입니다. 의료와 학군이 잘 갖춰진 강남과 경쟁하기 위해 기업을 지원하는 업무 편의시설만으로는 부족하며 생활편의시설인 의료와 교육 부문이 받쳐줘야 합니다.

더 큰 문제는 국제업무지구 내 주택은 유수 해외 기업 임직원을 위한 배려가 우선시돼야 함에도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임대주택을 대거 넣겠다는 발상입니다. 글로벌 유수 기업과 가장 뛰어난 인재가 모이는 공간에 쾌적한 환경을 희생하면서 국제업무지구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 임대주택을 더 많이 넣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도시를 파괴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도시 폭격이고, 또 다른 하나는 임대료 등 집값 통제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맨큐의 경제학'에 언급된 내용입니다. 정부는 용산이라는 인프라를 많은 사람이 향유하기를 바라겠지만 가장 우선돼야 하는 일은 용산국제업무지구의 국제 경쟁력입니다. 서울의 도시 경쟁력은 모리기념재단 도시전략연구소가 조사하는 '2025년 글로벌파워시티지수(GPCI)'에서 6위로 올라섰지만, 경제 분야에서는 조사 대상 48개 주요 도시 중 16위라는 저조한 성적에 머물러 있습니다. 서울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데 용산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핵심 자산으로서 기능해야 합니다.

해외의 우수한 기업을 유치하는 데 있어 학교와 병원은 단순히 '있으면 좋은 것'이 아니라, 유치의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인 정주 여건(settlement conditions)'입니다. 기업은 자본만 옮겨오는 것이 아니라, 그 기업을 움직이는 '사람'을 함께 보냅니다. 특히 핵심 인재와 경영진이 가족과 함께 이주해야 할 때, 교육과 의료는 타협할 수 없는 생존의 문제입니다. 좋은 기업은 '세제 혜택'을 보고 들어올 수는 있지만, 살기 좋은 환경을 보고 남을 것입니다. 학교와 병원 확충은 해외 기업 유치를 위한 가장 강력한 인센티브이자 지역 경제 체질을 바꾸는 장기적인 투자입니다. 그런데도 용산 국제업무지구를 시작하기 전부터 결정적인 정주 여건을 훼손하는 정부의 주택공급 만능주의는 국가 경쟁력 훼손의 주범입니다. 용산 국제업무지구가 원래 계획대로 잘 진행돼 해외 핵심 기업이 많이 들어왔으면 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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