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페블스톤·캡스톤도 전주行…국민연금 건너편에 줄줄이 '둥지'

입력 2026-02-13 12:56
수정 2026-02-13 16:06
이 기사는 02월 13일 12:5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공단과 거래하는 대체투자 운용사들의 ‘전주행’이 빨라지고 있다. 코람코자산운용과 이지스자산운용에 이어 페블스톤자산운용, 캡스톤자산운용까지 전주에 거점을 마련하면서 기금운용본부 인근인 전주 만성동 일대가 운용업계의 ‘세컨드 오피스’로 재편되는 흐름이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대체투자 전문 자산운용사 페블스톤자산운용은 이날 전주사무소 임대차 계약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내부 공사에 들어갔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건너편에 자리한 건물로, 약 1년 전 국내 운용사 가운데 처음 전주사무소를 연 코람코자산운용과 같은 빌딩이다. 페블스톤자산운용은 인력 확충 등 제반 절차를 마무리하고 오는 4월 공식적으로 전주사무소를 열 예정이다.

캡스톤자산운용은 이미 전주 거점 가동에 들어갔다. 업계에 따르면 캡스톤자산운용은 지난달 23일 사무실 계약을 맺고 이달 초부터 국민연금공단 인근 사무실 운영을 시작했다. 별도의 개소식 없이 본사 인력이 순환 근무 형태로 오가며 국민연금과의 회의 및 실무 협의 공간으로 활용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전주에 둥지를 트는 이유는 국민연금과의 협업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대규모 자금을 위탁받은 운용사 입장에선 대면 협의와 자료 제출, 현안 대응 속도를 높이기 위해 물리적 접점을 넓히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캡스톤자산운용과 페블스톤자산운용은 지난해 국민연금의 국내 부동산 펀드 위탁운용사(GP)로 선정됐다. 운용사당 2500억원 규모의 자금이 배정됐다.

시장에서는 이번 전주행이 중견 하우스의 체급을 키우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이지스자산운용, 마스턴투자운용, 코람코자산운용 등이 국민연금 출자를 레퍼런스 삼아 후속 펀딩과 딜 소싱에 성공하며 대형사로 도약했듯, 이번 블라인드 펀드가 외형 확대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작용한 것이다. 전주사무소는 이 과정에서 기금운용본부와의 상시 커뮤니케이션 채널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주 거점 확산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2025년 1월 코람코자산운용이 먼저 깃발을 꽂았고, 올해 초 이지스자산운용이 합류한 데 이어 두 운용사까지 가세하며 전주사무소를 둔 국내 대체투자 운용사는 4곳으로 늘어난다. 현재 국민연금이 부동산 투자와 관련해 거래 중인 운용사가 7~8곳에 달하는 만큼 추가 진출 가능성도 열려 있다.

다만 ‘속도전’의 이면에는 인력과 공간이라는 현실적 제약이 있다. 업계에선 전주사무소가 명목상 주소지에 그치기보다 상주 인력을 전제로 한 실질 거점으로 운영되는 방향으로 바뀔 것으로 보고 있다. 임원급을 포함한 핵심 인력의 전주 배치가 쉽지 않은 만큼 전북 거주자를 대상으로 한 채용 공고 등 지역 인재 활용 방안을 병행하는 운용사도 늘고 있다.

사무실 확보 경쟁도 만만치 않다. 국민연금공단이 자리한 만성동 일대는 준주거지역·일반주거지역 비중이 높아 업무시설 공급이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공단과 가까운 가용 오피스가 많지 않아, 후발 운용사로 갈수록 입지 선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운용사들의 전주행이 단발성 보여주기에 그치지 않으려면 그에 걸맞은 인센티브도 확실히 제공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령상 전주에 전주사무소를 냈다고 하더라도, 다른 운용사와 크게 차별화된 인센티브를 주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대체투자 운용사 관계자는 “전주 거점이 실무 효율을 높이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인력·임차 비용 부담이 적지 않다”며 “제도적으로 차별화가 어렵다면, 실무 프로세스에서 체감되는 혜택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