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력을 감안하면 싱가포르, 상하이는 당연히 뛰어넘습니다. 금융업만 제대로 받쳐주면 서울은 파리, 런던까지도 뛰어넘어 'G2 도시'도 될 수 있습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여당 인사 중 처음으로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서울 중랑을에서 4선을 지낸 박 의원은 13일 한국경제신문을 만나 "광화문·용산·여의도·강남을 잇는 '금융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디지털자산, 벤처캐피털(VC) 투자가 꽃피울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을 기초 토대로 1000개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인공지능(AI)·바이오 등 권역별 산업 활성화를 임기 내 추진하겠다는 것이 박 의원의 구상이다."국민연금 서울 복귀 고민할 때"박 의원은 서울의 금융 산업을 크게 세 지역으로 나눴다. 그는 "광화문 일대의 서울 도심권(CBD·중심업무권역)에는 주로 은행 등 전통 금융권이 많다"며 "주요 시중은행 본점이 밀집한 만큼 ESG 금융의 표준을 선도하고 녹색금융(친환경 활동 투자)을 실천할 수 있는 지역으로 육성할 것"이라고 했다. 자본시장의 중심지인 여의도는 이젠 해외 투자은행(IB) 헤드쿼터(HQ) 유치만으론 부족하고, 디지털자산·토큰증권(ST)과 같은 선도적인 '아이템'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 의원은 "여의도는 미래형 자산의 발행·유통을 주도하는 심장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규제 혁신에는 중앙정부와의 소통이 필수겠지만, 서울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남권에는 이미 둥지를 틀고 있는 VC들 활동을 더욱 장려하고, 오는 2028년 착공할 용산국제업무지구가 이 '금융 클러스터 라인'의 중심축으로서 융합 업무공간 등 플랫폼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박 의원은 "각 지역을 특구로 지정하는 형태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서울시의 요청을 받아들여 정부가 이들 권역대를 각각의 특징에 맞는 특구로 지정할 시, 세제 혜택·규제 면제·특화 사업에 대한 예산 지원 등이 이루어질 수 있다. 서울에선 대표적으로 중소벤처기업부 지정 '양재 AI 미래융합혁신특구' 등이 정부와 서울시 지원을 받은 바 있다.
박 의원은 "불편한 주제지만 국민연금공단의 서울 복귀도 깊게 고민해볼 때가 왔다"고도 말했다. '자본시장 큰손'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2017년 전북 전주로 이전한 후 만성적인 인력난과 글로벌 네트워킹과의 단절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 박 의원의 진단이다. 그는 "한국거래소 본사가 부산에 있는 상황에서 얼마 전엔 산업은행 지방 이전론까지 대두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울의 강점을 해체하고 약화하면서까지 균형 성장을 하자는 것은 당위적 접근"이라며 "특히 금융 산업의 분산은 국가 경쟁력을 헤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시청 이전해 스타트업 1000개 육성
금융 토대를 기반으로 서울을 창업과 문화의 도시로 만들겠다고 박 의원은 강조했다. 시청역에 위치한 서울시청을 이전하겠다는 것은 그의 핵심 공약 중 하나다. 박 의원은 "시청은 본청사 건물에 인근 청사 들까지 5000여명의 사람이 근무하는 공간"이라며 "필수 행정기능만 남기고 이전하면 빈 부지에 문화예술 공간을 조성하고 젊은 창업가들이 꿈을 키우는 장소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시청 인근은 다양한 대학가 접근성도 좋고 인천공항도 가깝다"며 "노원의 바이오, 성수의 뷰티, 양재의 AI 등 주요 산업 권역대와도 이동이 쉬워 최적의 창업 입지 조건"이라는 것이 박 의원의 설명이다. 저비용 임대와 AI 교육 등도 지원해 "스타트업 1000개를 육성하겠다"것이 그의 계획이다.
'서울미래혁신성장 펀드' 10조원 조성을 통해 이 같은 육성안을 뒷받침하겠다는 구상이다. 박 의원은 "이재명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맡은 국정기획위원회 일을 할 때 국민성장펀드 150조원 구성 업무를 맡은 바 있다"며 "서울시 역시 권역별 산업 경쟁력을 키우고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과감한 투자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자금은 유망산업 발굴·창업 촉진을 위한 서울시의 '서울 비전 2030 펀드' 5조원에 민간 자금 매칭, 국민성장펀드 일부 출자 등을 통해서 만들 예정이라고 했다. 박 의원은 "지원 대상은 최대한 폭넓게 설정하고 싶다"며 "창동 지역 바이오 클러스터의 신약 개발, 상암 지역의 K콘텐츠 발굴 사업 등도 지원 대상의 예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장 재직 기간엔 강남과 비강남 사이의 인프라 문제도 해결하고 싶다고 했다. 박 의원은 "재산세 공동과세 비율을 조정해 비강남권 버스·지하철 에스컬레이터 등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현재 시 전체에서 걷힌 재산세 반을 시 몫의 재산세로 하고 이를 자치구에 균등 배분하고 있다. 이를 반이 아닌 70%까지 균등 배분한다는 것이 박 의원의 구상이다. 임기 내에는 도심 공공주택 15만호도 공급하겠다고 했다. 그는 "전문가들과 철저히 검증한, 실현 가능한 수치"라며 "노후 공공청사·장기 미집행 공원 등을 활용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강남권 중심의 2차선 도로가 현재 서울의 지형"이라며 "서울 전역이 8차선 고속도로로 쌩쌩 달려야 미래가 있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