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 듣느니 돈 벌래"…일당 14만원 알바에 MZ '우르르' [이슈+]

입력 2026-02-14 12:51
수정 2026-02-14 13:20
"설날에 알바하는 게 더 좋아요. 이제 나이도 차서 용돈 받기도 민망하고, 그 시간에 일하는 게 훨씬 나아요."

서울 양천구 목동에 거주하는 프리랜서 작가 김모씨(30)는 주말 아르바이트로 일하고 있는 연남동의 한 베이커리에서 설날 당일에도 근무하기로 했다. 스스로 연휴 근무를 택한 것이다.

김 씨는 "어차피 할머니 댁에 내려가지 않으면 집에서 시간을 보내게 되는데, 일하면 돈도 벌고 명절에 내려가지 못하는 이유도 자연스럽게 설명할 수 있어 좋다"며 "이곳저곳 이동하다 보면 연휴가 연휴 같지 않다. 차라리 마음 편한 곳에서 일하는 게 낫다. 같이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중에도 설날 근무를 자청한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설 명절을 앞두고 연휴 기간 단기 아르바이트를 찾는 구직자와 인력을 구하려는 자영업자 수요가 동시에 늘고 있다. 과거 귀성과 가족 모임이 중심이었던 설 연휴도 최근에는 ‘일하는 명절’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며 풍경이 달라지는 모습이다. 추가 수입을 얻거나 가족 모임 부담을 피하려는 현실적인 이유가 배경으로 꼽힌다.◇"차라리 일하는 게 낫다"…연휴 근무 선택하는 이유13일 온라인 커뮤니티와 구인 플랫폼에는 설 연휴 아르바이트와 관련한 글이 이어지고 있다.

"단기 알바 뽑히기 너무 어렵다. 설날 단기 알바를 다 지원했는데 인원이 이미 다 찼다", "설날에 단기 알바 구하는 사람이 많나 보다. 지원하는 사람도 많고 자리도 없다", "설날 식당 단기 알바 시급 2만원이라 좋다", "연휴에 출근하면 오히려 한가하고 시급도 높다"는 등의 반응이 올라왔다.


가족 방문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일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았다. "연휴에 할머니 집 가는 게 싫어서 알바한다", "오래 머무는 일정이 부담되는것도 있고 가면 어차피 잔소리 들을게 뻔해서 설 연휴에 일부러 근무를 잡아 뒀다", "집에 있는 것보다 돈 벌러 가는 게 낫다"는 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인천 부평에 사는 대학생 이 모씨(25)는 "연휴에 고향에 내려가지 않으면 약속도 애매하고 시간을 보내기 애매한데, 단기로 일하면 며칠 사이에 40만~50만원 정도를 벌 수 있어 괜찮다고 생각했다"며 "나뿐만 아니라 추가 수입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또래들이 주변에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명절이라고 꼭 가족끼리 모여야 한다는 분위기도 예전보다 많이 약해진 것 같다"며 "설날에 괜찮은 알바를 구할 수 있으면 이렇게 일하는 게 좋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알바생 66.9% "설 연휴에 일할 계획 있다"
실제 관련 채용 공고도 크게 늘었다. 이날 아르바이트 플랫폼 알바몬에 따르면 설 연휴 직전 주를 기준으로 '설날' 또는 '명절' 키워드가 포함된 아르바이트 공고 수는 전년 대비 383% 증가했다. 명절 특수를 겨냥한 단기·연휴형 아르바이트 채용이 집중적으로 늘었다는 설명이다.

알바몬은 지난달 20일부터 명절 시즌 선호도가 높은 구인 공고를 모은 '설날 알바 채용관'을 운영했으며 당시 지원할 수 있는 공고는 2500개에 이르렀다. 연휴 대비 보완 인력 수요도 전반적으로 확대되는 흐름이다. 실제로 알바몬이 올해 1월 1~2주차 전체 아르바이트 공고를 분석한 결과, 전년 대비 약 1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르바이트생들의 참여 의지도 높은 편이다. 알바천국이 지난달 아르바이트생 133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6.9%가 이번 설 연휴에 아르바이트할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다만 설 연휴 아르바이트는 공고가 올라온 뒤 빠르게 마감되는 경우가 많다. 지난 11일 기준 알바천국, 알바몬, 당근알바 등을 확인한 결과 일부 상하차나 택배 업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공고가 조기에 마감된 사례도 확인됐다.◇'시급 1.5배 지급'…연휴 알바의 매력 설 연휴 아르바이트가 인기를 끄는 또 다른 이유는 높은 시급이다. 일부 매장에서는 명절 당일 전을 부치는 단기 업무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진행하며 시급 1만5000원을 제시하기도 한다.

설날 당일 아르바이트 일당은 평균 14만원 수준으로, 이를 시급으로 환산하면 약 1만1667원으로 최저임금보다 높은 수준이다.

연휴 기간에는 시급의 1.5배를 지급하거나 별도 수당을 지급하는 경우도 많아 구직자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고 있다. 대학생이나 취업 준비생뿐 아니라 이미 직장을 다니고 있는 직장인들이 추가 수입을 위해 연휴 단기 아르바이트를 찾는 사례도 늘고 있다.

반면 인건비 부담을 느끼는 자영업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한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명절이라 시급을 더 챙겨줘야 할지 고민이다. 1.5배 주는 매장도 있다는데 부담이 크다", "설 연휴 3일 동안 사람을 쓰면 모두 1.5배를 적용해야 하는 것이냐"는 질문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한편 명절 근무 수당과 관련한 법 규정은 사업장 규모에 따라 달라진다. 근로기준법 제55조 제2항에 따르면 5인 이상 사업장은 법정 공휴일과 대체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보장해야 하며, 이에 따라 정규직뿐 아니라 아르바이트 근로자에게도 설날 공휴일이 유급휴일로 적용된다.

또 설 당일 근무를 할 경우 휴일근로에 해당해 통상임금의 150%를 지급해야 한다. 이는 근로계약을 맺고 일하는 근로자라면 고용 형태와 관계없이 적용돼, 단기 아르바이트생도 지급 대상에 포함된다.

다만 5인 미만 사업장은 법적으로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보장할 의무가 없어 무급휴일로 처리할 수 있으며, 휴일근로 가산 수당 지급 의무도 적용되지 않는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