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서 5억 낮춰 거래…'15억 미만' 수요 몰린 외곽에선 신고가

입력 2026-02-12 17:56
수정 2026-02-12 20:17

서울 아파트 매물이 최근 3주 새 11%가량 늘어나고 아파트값 상승세가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지난달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를 중단하겠다고 밝히자 호가를 내려 집을 내놓은 집주인이 증가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12일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이날 기준 6만2357건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공식화한 지난달 23일(5만6219건)에 비해 10.9%(6138건) 증가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22곳에서 매물이 늘었다. 성동구(29.7%) 송파구(26.5%) 광진구(22.1%) 등은 같은 기간 매물 증가율이 20%를 웃돌았다.

서울 아파트값 급등세는 한풀 꺾였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주(지난 9일 기준) 서울 집값은 1주일 전보다 0.22% 상승했다. 최근 2주 연속 오름폭(0.31%→0.27%→0.22%)이 둔화했다.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 강화,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 축소 검토 등의 영향으로 매물이 늘어나면서 집값이 조정 국면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셋값은 수급 불균형으로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1주일 전보다 0.11% 올라 54주째 상승 곡선을 그렸다. 실거주 의무 강화 등으로 전세 물건이 부족해져 올해 들어서만 0.80% 뛰었다. 작년 같은 기간 상승률(0.02%)을 크게 웃돈다.

정부는 이날 강남 3구 등 조정대상지역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및 보완 방안’을 발표했다. 오는 5월 9일까지 계약하고 4~6개월 안에 잔금 납부를 마무리하면 양도세를 중과하지 않는다. 무주택자가 ‘세 낀 매물’을 매수하면 임대차 계약이 끝날 때(최장 2년)까지 실거주 의무도 유예한다.다주택자 압박에…매물 쏟아지는 서울 아파트
아파트값 2주 연속 급등세 꺾여…송파서도 2억 가까이 낮춰 거래
“오늘도 다주택자 한 분이 물건을 내놓겠다며 문의했습니다. 최근 거래가를 꼼꼼히 묻고 호가를 얼마나 낮춰야 하는지도 상담했습니다.”(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 A공인중개소 대표)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중단을 발표하면서 ‘전세 낀 물건’도 팔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주자 서울 아파트 매물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다주택자에 대한 압박을 이어가는 가운데 아파트를 처분하기로 마음먹은 집주인이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등에서는 전고점보다 낮은 가격에 매매되는 하락 거래도 속속 나오고 있다.◇서울 아파트 매물 증가세12일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날 서울 아파트 매물은 6만2357건으로, 이 대통령이 처음으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언급한 지난달 23일(5만6219건)보다 10.9% 증가했다. 약 3주 만에 매물이 6138건 쏟아져 나왔다.

강남권과 이른바 ‘한강 벨트’ 등에서 매물 증가세가 뚜렷했다. 성동구는 같은 기간 1212건에서 1573건으로 29.7% 급증했다. 이어 송파구(26.5%) 광진구(22.1%) 마포구(19.6%) 강동구(18.5%) 용산구(15.8%) 서초구(14.9%) 동대문구(14.8%) 강남구(13.1%) 순으로 매물 증가폭이 컸다.

서울 아파트값 급등세도 다소 누그러지는 분위기다. 이번주(9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1주일 전보다 0.22% 올랐다. 54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최근 2주 연속(0.31%→0.27%→0.22%) 오름폭은 둔화됐다. 인기 주거지인 강남 3구와 용산구의 상승세가 모두 약해졌다. 정부의 다주택자 매물 출회 유도 정책 등이 집값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남권에서는 일부 하락 거래도 나오고 있다. 강남구 청담동 ‘청담린든그로브’ 전용면적 85㎡(3층)는 지난달 31일 27억3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이전 최고가(33억원·5층)보다 5억7000만원 내린 거래다. 청담동 B공인 관계자는 “급매 물건 중 하나는 아파트 3가구를 보유한 집주인이 세입자를 다시 받으면 매매가 어렵다고 생각하고 내놓은 물건”이라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 27㎡(15층)는 지난 7일 15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두 달 전 같은 면적 최고가(17억6000만원)보다 1억8000만원 하락한 가격이다.◇‘15억원 미만’ 매수 수요 강해상대적으로 대출이 쉬운 15억원 미만 아파트가 모인 서울 외곽에서는 신고가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성북구 ‘래미안길음센터피스’ 전용 59㎡가 14억1000만원(9층)에 거래돼 신고가를 기록했다.

강북권에서도 호가를 조정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강북구 미아동 ‘삼각산아이원’ 전용면적114㎡는 지난달 10일 8억원에서 26일 7억8000만원으로 가격을 내렸다. 직전 실거래가(8억5000만원·1월 7일)보다 7000만원 낮은 수준이다. 미아동 C공인 관계자는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은 곳이어서 급매 물건은 아직 많지 않다”며 “다주택자 물건은 아마도 4월께 속속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퇴로를 어느 정도 열어준 만큼 앞으로 다주택자의 전세 낀 매물이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무주택자가 매수할 경우 세입자 계약이 종료될 때까지 실거주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의무 임대 기간을 채운 민간임대주택 물량 등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오는 5월 9일까지 계약을 맺으면 양도세 중과를 피할 수 있게 돼 다주택자의 매도 움직임이 본격화할 것”이라면서도 “주택을 구매하려는 대기 수요가 적지 않아 집값 하락보다는 오름폭 둔화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번주 경기권에서는 용인 수지구(0.75%), 안양 동안구(0.68%), 구리(0.55%) 등의 집값이 많이 뛰었다. 수지구 풍덕천동 ‘신정마을 성지’ 전용 99㎡는 이달 4일 12억8700만원(19층)에 손바뀜했다. 작년 12월 같은 면적 거래가(11억4000만원·17층)를 뛰어넘은 신고가다. 과천(0.19%→0.14%), 성남 분당구(0.40%→0.38%), 성남 수정구(0.48%→0.39%) 등은 오름폭이 축소됐다.

안정락/오유림/손주형 기자 jran@hankyung.com